화려하고 볼 것도 많은 대형서점, 주인의 취향이 담긴 개성있는 독립서점과 북카페 등 책을 다루는 다양한 공간이 많은데요, 정작 도서관은 10대 시절 공부할 때 이후로는 거의 찾아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점은 상품을 팔고 구매하는 상점의 느낌이 강하다면, 도서관은 인생에서 목마름을 느낄 때 찾게되는 개울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도서관에 간다'는 그랑핸드 주변부터 시작해 서울에 있는 도서관을 한 곳씩 방문해서 살펴보는 탐방기입니다. 두번째 소개해 드릴 도서관은 시청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야외 활동을 주저하게 되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 없는 외출을 도모하고 있다면,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랑핸드가 네 번째로 방문한 도서관은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입니다. 옛 서울시청사 건물을 개조해 2012년 개관한 도서관으로, 폭넓은 분야의 장서를 보유한 것은 물론 상설 전시장을 운영해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죠. 서울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요소요소를 살펴봅니다.
옛 서울시청사와 현대식 건축의 조화
서울도서관을 방문했던 날은 1월 초, 날 선 바람 때문에 웅크리고 걷게 되는 날이었어요. 저는 명동에서 시청 방향으로 걸어 왔는데요. 옛 서울시청사 건물과 현재 시청 건물이 비스듬히 어우러지는 각도에서 바라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과 현대식 건축의 조화가 굉장히 멋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시청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빠르지만, 명동 방향에서 걸어 온다면 색다른 조망을 즐길 수 있답니다.
저희가 방문한 기간에는 서울광장에서 스케이트장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빙상장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빼곡히 줄을 서 있었죠. 아이들은 스케이트장에서 실컷 뛰어 놀다가, 발개진 볼을 하고선 맞은편 서울도서관으로 들어가더군요. 서울광장에서는 날이 따뜻한 계절이면 야외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 읽는 서울' 행사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잉여 공간을 이토록 잘 활용한 사례가 또 있을까요? 저도 스케이트장을 가만 바라보다가 서울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정갈한 한글로 쓰여진 명패와 커다란 입구. 도서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더할 나위 없지요. 키가 큰 문을 밀고 들어서면 우아한 인상의 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서울시 옛 청사로, 1926년에 준공되어 일제강점기 동안 경성부청사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 6월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도서관으로 기능이 변화하면서 리모델링됐습니다. 중앙홀은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세월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는 공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 일반 자료실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등장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좌측에는 1층 일반 자료실과 연결되는 넓은 계단과 우측에는 장서를 보관한 선반이 겹겹이 들어서 있죠. 1,2을 개방하여 만든 벽면 서가와 마루는 서울도서관의 대표 공간으로 때때로 토론회, 음악회, 강연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먼저 2층을 둘러 봅니다. 일반 자료실 2층에는 주로 문학과 예술, 역사 관련 서적이 준비돼 있습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가 생각보다 많아서 한 코너를 둘러 보는 게 무척 재밌었어요.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의도치 않은 책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인데요. 서울도서관은 꽤 넓은 카테고리를 포괄하고 있어 좋은 책을 발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입니다. 저는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장편소설과 프랑스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집을 선택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두둑히 골랐다면 적당한 자리를 찾을 시간입니다.
창을 통해 은근히 들어오는 빛과 포근한 나무 바닥이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더군요. 저는 2층 작은 창을 마주본 소파를 선택했습니다. 창밖으로는 덕수궁 돌담과 나뭇잎을 떨어뜨린 나뭇가지들이 보이네요. 책을 읽다가 가만히 고개를 들면 소소하지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따스한 빛을 받으며 책장을 넘기고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필사했습니다.
‘만일 눈에 엑스레이가 있어서 인간의 몸속을 보듯 땅속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보게 될까? 돌로 된 뼈, 지구의 내부 기관인 점토 퇴적물, 화강암 간, 사암으로 된 심장, 지하를 흐르는 강 같은 창자, 그리고 방사선 물질이나 포탄의 파편 같은 이물질처럼 땅속에 숨겨진 보물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달팽이가 씹은 꽃잎이야.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완벽하지 않은 법이지.’
-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우리의 복잡한 생각은 연기처럼 하늘로 올라가 하늘을 뿌옇게 만들곤 하지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더니 푸르른 하늘이 온전히 내 손안에 들어왔네요. 오늘 낮의 가장 찬란한 모습을 당신에게 전하지 못한 채 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고 싶지 않군요.’
‘이 세상은 한낱 전쟁터에 지나지 않지요. 온 사방에 검은 옷을 입은 기병들이 득실대고 영혼 깊은 곳에서는 칼날이 부딪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지요. 연못 앞을 지나는데 수초로 뒤덮인 연못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중요한 건 바로 이거죠. 우리가 모든 생명의 온화함을 엉망으로 훼손시켜도 생명은 연못의 수초처럼 도리어 더 풍성한 모습을 하고 되돌아옵니다.’
‘아름다움은 부활의 힘을 지니고 있다. 보고 듣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살아생전에 천국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그런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서다.’
- 크리스티앙 보뱅, 『인간, 즐거움』
두 가지 책 모두 실존의 경이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집은 모든 문장을 새기고 싶을 정도로 현재를 감각하는 방식을 특유의 서정적인 언어로 전하는 글이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문장들이 도서관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책을 덮고 도서관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계단 겸 마루를 따라 일반 자료실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요. 1층은 2층과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어딘가 사무적이기도 하고, 책을 대여하기 위해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곳에는 철학, 사회과학, 기술과학 같은 논픽션 서적이 주를 이룹니다. 평소 얕게나마 관심을 기울였던 분야가 있다면 해당 코너를 꼼꼼히 살펴보세요. 이를 계기로 특정 분야에 새로운 지식을 더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옛 시청사의 모습을 보존하는 상설 전시장
책장을 덮고 나왔다면 이제 상설 전시장을 방문할 차례입니다. 서울도서관의 3층에는 서울기록문화관과 옛 시장실을 복원한 전시장이 있습니다. 먼저 서울기록문화관을 방문했는데요. 서울의 변천사와 서울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기록문화 가치를 전달하도록 구성돼 있었어요. 서울의 변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다양한 인터렉션이 더해져 재밌는 전시 경험을 선사하고 있죠. 서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시관을 둘러 보며 서울의 진면모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서울이 낯선 사람은 물론, 익숙한 사람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서울기록문화관을 나와서 옛 시장실로 들어섰습니다. 입장하면 먼저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진 기획상황실이 펼쳐집니다. 이 곳은 서울시장의 주요 정책에 대하여 서울시장과 공무원, 시민, 전문가 등이 모여서 심의 및 결정하는 공간으로 각종 위원회와 간담회가 이뤄졌던 공간이라고 해요.
접견실을 지나 들어오면 시장 집무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실제 옛 서울시장의 주된 업무 공간으로, 시정구상을 하거나 업무를 보고 받고 주요 사업을 결재하는 등의 직무를 수행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서울특별시장' 명패와 한 쪽에 쌓인 서류더미, 옛 시장실의 풍경이 그려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서울도서관은 옛 서울시청사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 건물을 돌아다니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건축 양식이 눈에 띄게 등장합니다. 창이나 계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죠. 오전 내내 서울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해가 뉘엿한 오후가 되서야 밖에 나왔습니다. 도서관 창문으로 바라보았던 덕수궁 돌담길과 노을지는 하늘을 보며 이곳에 자주 방문하게 될 거 같단 예감이 들었습니다.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책을 읽고, 전시를 관람하고, 오래된 건축물 특유의 미감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도서관을 방문해 보세요.
서울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운영시간: 화~금 09:00~21:00, 토~일 09: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주차: 서울시청 주차장 이용(매월 넷째 주 수요일 '대중교통 이용의 날'은 서울시 및 산하기관, 자치구 부설 주차장이 폐쇄됩니다.)
화려하고 볼 것도 많은 대형서점, 주인의 취향이 담긴 개성있는 독립서점과 북카페 등 책을 다루는 다양한 공간이 많은데요, 정작 도서관은 10대 시절 공부할 때 이후로는 거의 찾아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점은 상품을 팔고 구매하는 상점의 느낌이 강하다면, 도서관은 인생에서 목마름을 느낄 때 찾게되는 개울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도서관에 간다'는 그랑핸드 주변부터 시작해 서울에 있는 도서관을 한 곳씩 방문해서 살펴보는 탐방기입니다. 두번째 소개해 드릴 도서관은 시청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야외 활동을 주저하게 되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 없는 외출을 도모하고 있다면,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랑핸드가 네 번째로 방문한 도서관은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입니다. 옛 서울시청사 건물을 개조해 2012년 개관한 도서관으로, 폭넓은 분야의 장서를 보유한 것은 물론 상설 전시장을 운영해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죠. 서울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요소요소를 살펴봅니다.
옛 서울시청사와 현대식 건축의 조화
서울도서관을 방문했던 날은 1월 초, 날 선 바람 때문에 웅크리고 걷게 되는 날이었어요. 저는 명동에서 시청 방향으로 걸어 왔는데요. 옛 서울시청사 건물과 현재 시청 건물이 비스듬히 어우러지는 각도에서 바라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과 현대식 건축의 조화가 굉장히 멋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시청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빠르지만, 명동 방향에서 걸어 온다면 색다른 조망을 즐길 수 있답니다.
저희가 방문한 기간에는 서울광장에서 스케이트장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어요. 빙상장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빼곡히 줄을 서 있었죠. 아이들은 스케이트장에서 실컷 뛰어 놀다가, 발개진 볼을 하고선 맞은편 서울도서관으로 들어가더군요. 서울광장에서는 날이 따뜻한 계절이면 야외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 읽는 서울' 행사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잉여 공간을 이토록 잘 활용한 사례가 또 있을까요? 저도 스케이트장을 가만 바라보다가 서울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정갈한 한글로 쓰여진 명패와 커다란 입구. 도서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더할 나위 없지요. 키가 큰 문을 밀고 들어서면 우아한 인상의 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서울시 옛 청사로, 1926년에 준공되어 일제강점기 동안 경성부청사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 6월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도서관으로 기능이 변화하면서 리모델링됐습니다. 중앙홀은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세월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는 공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 일반 자료실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등장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좌측에는 1층 일반 자료실과 연결되는 넓은 계단과 우측에는 장서를 보관한 선반이 겹겹이 들어서 있죠. 1,2을 개방하여 만든 벽면 서가와 마루는 서울도서관의 대표 공간으로 때때로 토론회, 음악회, 강연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라고 합니다.
먼저 2층을 둘러 봅니다. 일반 자료실 2층에는 주로 문학과 예술, 역사 관련 서적이 준비돼 있습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가 생각보다 많아서 한 코너를 둘러 보는 게 무척 재밌었어요.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의도치 않은 책들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인데요. 서울도서관은 꽤 넓은 카테고리를 포괄하고 있어 좋은 책을 발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입니다. 저는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장편소설과 프랑스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집을 선택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두둑히 골랐다면 적당한 자리를 찾을 시간입니다.
창을 통해 은근히 들어오는 빛과 포근한 나무 바닥이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더군요. 저는 2층 작은 창을 마주본 소파를 선택했습니다. 창밖으로는 덕수궁 돌담과 나뭇잎을 떨어뜨린 나뭇가지들이 보이네요. 책을 읽다가 가만히 고개를 들면 소소하지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따스한 빛을 받으며 책장을 넘기고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필사했습니다.
‘만일 눈에 엑스레이가 있어서 인간의 몸속을 보듯 땅속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보게 될까? 돌로 된 뼈, 지구의 내부 기관인 점토 퇴적물, 화강암 간, 사암으로 된 심장, 지하를 흐르는 강 같은 창자, 그리고 방사선 물질이나 포탄의 파편 같은 이물질처럼 땅속에 숨겨진 보물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달팽이가 씹은 꽃잎이야.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완벽하지 않은 법이지.’
- 올가 토카르추크, 『낮의 집, 밤의 집』
‘우리의 복잡한 생각은 연기처럼 하늘로 올라가 하늘을 뿌옇게 만들곤 하지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더니 푸르른 하늘이 온전히 내 손안에 들어왔네요. 오늘 낮의 가장 찬란한 모습을 당신에게 전하지 못한 채 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고 싶지 않군요.’
‘이 세상은 한낱 전쟁터에 지나지 않지요. 온 사방에 검은 옷을 입은 기병들이 득실대고 영혼 깊은 곳에서는 칼날이 부딪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지요. 연못 앞을 지나는데 수초로 뒤덮인 연못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중요한 건 바로 이거죠. 우리가 모든 생명의 온화함을 엉망으로 훼손시켜도 생명은 연못의 수초처럼 도리어 더 풍성한 모습을 하고 되돌아옵니다.’
‘아름다움은 부활의 힘을 지니고 있다. 보고 듣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살아생전에 천국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그런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아서다.’
- 크리스티앙 보뱅, 『인간, 즐거움』
두 가지 책 모두 실존의 경이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집은 모든 문장을 새기고 싶을 정도로 현재를 감각하는 방식을 특유의 서정적인 언어로 전하는 글이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문장들이 도서관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듯 했습니다.
책을 덮고 도서관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계단 겸 마루를 따라 일반 자료실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요. 1층은 2층과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어딘가 사무적이기도 하고, 책을 대여하기 위해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곳에는 철학, 사회과학, 기술과학 같은 논픽션 서적이 주를 이룹니다. 평소 얕게나마 관심을 기울였던 분야가 있다면 해당 코너를 꼼꼼히 살펴보세요. 이를 계기로 특정 분야에 새로운 지식을 더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옛 시청사의 모습을 보존하는 상설 전시장
책장을 덮고 나왔다면 이제 상설 전시장을 방문할 차례입니다. 서울도서관의 3층에는 서울기록문화관과 옛 시장실을 복원한 전시장이 있습니다. 먼저 서울기록문화관을 방문했는데요. 서울의 변천사와 서울 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기록문화 가치를 전달하도록 구성돼 있었어요. 서울의 변화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다양한 인터렉션이 더해져 재밌는 전시 경험을 선사하고 있죠. 서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시관을 둘러 보며 서울의 진면모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서울이 낯선 사람은 물론, 익숙한 사람에게도 색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서울기록문화관을 나와서 옛 시장실로 들어섰습니다. 입장하면 먼저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진 기획상황실이 펼쳐집니다. 이 곳은 서울시장의 주요 정책에 대하여 서울시장과 공무원, 시민, 전문가 등이 모여서 심의 및 결정하는 공간으로 각종 위원회와 간담회가 이뤄졌던 공간이라고 해요.
접견실을 지나 들어오면 시장 집무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실제 옛 서울시장의 주된 업무 공간으로, 시정구상을 하거나 업무를 보고 받고 주요 사업을 결재하는 등의 직무를 수행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서울특별시장' 명패와 한 쪽에 쌓인 서류더미, 옛 시장실의 풍경이 그려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서울도서관은 옛 서울시청사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 건물을 돌아다니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건축 양식이 눈에 띄게 등장합니다. 창이나 계단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죠. 오전 내내 서울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해가 뉘엿한 오후가 되서야 밖에 나왔습니다. 도서관 창문으로 바라보았던 덕수궁 돌담길과 노을지는 하늘을 보며 이곳에 자주 방문하게 될 거 같단 예감이 들었습니다. 무료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책을 읽고, 전시를 관람하고, 오래된 건축물 특유의 미감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도서관을 방문해 보세요.
서울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운영시간: 화~금 09:00~21:00, 토~일 09: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주차: 서울시청 주차장 이용(매월 넷째 주 수요일 '대중교통 이용의 날'은 서울시 및 산하기관, 자치구 부설 주차장이 폐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