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나는 도서관에 간다 #7 국회도서관

25 Oc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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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볼 것 많은 대형 서점, 주인의 취향이 담긴 개성 있는 독립서점과 북카페 등 책을 다루는 다양한 공간이 많은데요. 정작 도서관은 10대 시절 공부할 때 이후로는 거의 찾아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점은 상품을 팔고 구매하는 상점의 느낌이 강하다면, 도서관은 인생에서 목마름을 느낄 때 찾게 되는 개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도서관에 간다’는 그랑핸드 주변부터 시작해 서울에 있는 도서관을 한 곳씩 방문해서 살펴보는 탐방기입니다. 일곱 번째로 소개해 드릴 도서관은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도서관’입니다.





한차례 가을비가 내린 다음 날, 완연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국회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쉽게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는데요. 출구로 나오면 횡단보도를 건넌 뒤 국회 중앙 정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국회의사당이었습니다. 지하철로 한강을 건널 때 멀리서 바라보던 국회의사당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그 웅장함과 멋스러움이 더 돋보이더라고요.



 

나라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도서관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국회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과 정책 심의는 물론, 각종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관이에요. 이 도서관은 1952년 2월 20일, 한국전쟁 중 전시 수도였던 부산에 작은 도서관으로 설립되었고, 1975년 서울 여의도로 이전해 올해로 개관한 지 72주년이 되었다고 해요. 석조건물 외벽에서 국회도서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회도서관에는 회원 가입을 한 회원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회원 가입을 완료한 후에는 안내대에서 신분증을 확인받고 열람증을 발급받으면 됩니다. 노트북이나 소지품은 준비된 투명 가방에 넣어서 들어가야 하고, 개인 가방은 물품 보관함에 보관해야 해요.




열람증 카드를 리더기에 찍고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중앙홀에는 대출대가 정면에 위치해 있고, 원형 서가에 전시된 도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는 분들도 많이 보였는데, 천장 없이 개방된 공간 덕분에 자유롭고 쾌적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날 중앙홀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는 중이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해외 번역서와 국내 출판서는 물론, 오디오북과 영상 자료까지 전시되어 있었어요. 특별전을 보기 위해 도서관을 따로 방문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더라고요. 기쁜 소식에 모처럼 도서관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책으로

중앙홀에서 이어진 계단을 올라 2층의 사회과학 자료실로 향했습니다. 이 자료실은 국내서, 동양서, 열람석, 테마 코너, 정보검색 존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길게 이어진 서가에 진열된 책들을 살펴보던 중 발견한 특이한 점은 국회도서관에 구비된 거의 모든 책이 복수로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어요. ‘국회도서관’이라고 표시된 귀여운 독서대도 눈에 띄었답니다. 이런저런 장면을 눈에 담으며 자료실을 거닐다 출입구 옆 책장에 꽂혀 있던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라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새것에 쉽게 잊히는 서울에서 사람들을 사로잡는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프라인은 곧 복지’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새벽에 배달이 되는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문구점에서 작은 물건을 고르고, 늘 같은 자리에서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동네 빵집에 들르는 일은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기 어려운 특별한 가치가 있죠.

 


p. 21 온라인 공간에서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일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매끈한 온라인의 세계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복잡다단한 맛이 오프라인 세상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선택은 디지털이나 아날로그냐가 아니다. 실제 세상은 흑도 백도 아니고, 심지어 회색도 아니다. 현실은 다양한 색상과 수많은 질감과 켜켜이 쌓인 감정들로 이루어진다. 현실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고 희한한 맛이 난다.” – 데이비드 색스, 「아날로그의 반격」


책에는 다른 도서에서 인용한 문장을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책의 머리글에 인용되었던 「아날로그의 반격」이 궁금해져서, 이어서 책을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재발견되는 아날로그의 가치에 대해 다룬 책이었습니다. 아래 공감이 갔던 문장을 소개합니다.


 



p. 265 버튼을 두 번만 누르면 어떤 책이든 손바닥 안에서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무게도 나가지 않고, 도서 목록은 무한대이며, 어디서나 연결되고, 밤에 잠자리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킨들에서 책을 엄청나게 읽어댔고 종이책 소비는 거의 중단되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나는 종이로 되돌아왔다. 맞다, 책은 무거웠다. 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책의 두께감 때문에 나는 책의 어느 부분을 읽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종이책을 읽는 동안 클라우드에 주석을 붙일 수는 없었지만 대신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고 귀퉁이를 접을 수 있었다. 종이책을 읽을 때는 글자를 확대하거나 화면등을 켤 수 없었다. 하지만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할 때 얻는 것들이 존재하죠. 도서관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서가 사이로 고개를 기웃거리며 책을 유심히 고르고, 책을 대출하면서 사서분과 대화를 나눴던 오늘의 일들이 문득 특별하게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발견해가면서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고, 나만의 사유를 확장해 나가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이지 않나 싶습니다.

 



책을 마저 읽은 후, 지하 1층에 있는 식당에 가보았습니다. 중식 시작 시간인 11시 30분에 맞춰 갔는데도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있는 듯했어요. 식사는 한식 메뉴로 구성되어 있고, 배식판에 음식을 원하는 만큼 담아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외부 방문객은 5500원, 국회공무원이나 직원이라면 4800원으로 식사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김치볶음밥에 김과 오징어젓갈무생채, 겉절이와 열무 나물이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기억에 남았어요. 저렴한 가격에 양껏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국회 직원들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서관 속 작은 갤러리

식사를 마치고 도서관을 더 구경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상설 전시 공간인 열린 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열린 마당에는 역대 국회의장이 외교 활동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상과 의회 관계자로부터 받은 선물이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전시품들은 유럽, 북미,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대륙별로 구분되어 있어 각기 다른 문화와 예술을 한눈에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진주 조개로 만들어진 접시부터 철사로 정교하게 자수한 공예품까지, 각 나라별로 독특한 특색을 지닌 물건을 관람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복도를 지나며 벽면 곳곳에 걸려 있는 소장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도 이곳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국회도서관에서는 이 공간을 ‘회랑 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데요. 2층 사회과학열람실을 중심으로 라운드 형의 복도 벽에 그림들이 걸려있습니다. 또 자료실 내부에도 마치 보물찾기 하듯 숨어 있는 그림들이 있어, 이곳을 탐험하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이 작품들은 주기적으로 순환하여 전시된다고 하더라고요. 며칠 뒤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작품이니,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충분히 감상하고 즐기기로 했습니다. 예술 작품을 보는 데 특별한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한눈에 끌리는 작품이든, 깊이 들여다볼수록 매력을 느끼는 작품이든, 모두 나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열람 공간인 5층 정기간행물실로 올라갔어요. 여의도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창문 밖으로 파란 하늘과 국회의사당, 한강, 숲도 보이더라고요. 정기간행물실 외에도 도서관 내부에는 통유리가 설치된 곳이 많아 여의도 풍경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좋고, 밖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 그저 경치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듯했습니다.


 


한동안 시간을 보낸 후, 오후가 되어서야 도서관에서 나왔습니다. 나무가 죽 늘어선 도서관의 옆길을 따라 걸어보았는데요. 비가 온 탓인지 은행나무 아래에는 작은 은행알이 뚝뚝 떨어져 있었고, 소나무 밑에는 솔잎과 솔방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더라고요. 가을이 더 깊어져 노랗고 붉게 물든 길을 상상하며 거닐다 보니 어느새 사랑재에 도착했습니다.




국회도서관 뒤편에 자리한 사랑재는 국회 한옥으로, 이날은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어요. 이곳은 주말에는 웨딩홀로 활용되고, 국회 임직원이나 관계자들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곧 시작할 결혼식 준비에 한창인 듯했어요. 한옥을 배경으로 한 식장에 하나하나 채워지는 꽃장식은 그 자체로 아름답더라고요. 결혼식의 행복한 분위기가 느껴져 괜스레 들뜨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옥 외관을 조금 더 둘러보다가 사랑재를 둘러싼 의원동산을 걷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국회도서관이 국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동네 도서관처럼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국회도서관도 여느 도서관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자신만의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날 방문했던 사랑재뿐만 아니라 국회박물관, 카페, 산책로와 여러 쉼터도 가까이에 있으니 국회도서관에 가신다면 여유롭게 방문해서 주변을 함께 구경하신다면 좋겠습니다.

 

국회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운영 시간: 평일 09:00~21:00, 주말 09:00~17:00

휴관일: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

주차: 국회 경내에는 공무차량과 장애인 등 보호대상차량에 한해 주차 가능, 도서관 열람자 및 방문자 차량(버스 포함)은 국회 둔치 주차장 이용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Though you can not seize nor hold the smell, it has a decisive effect on the matter of our memory and emotion and believes on its vitally of influences on our decision among our lives. GRANHAND gives faith towards the value of the fragrance and consistently pursues to make the scent part of our regular living. Although it may be slow nor has perfection, the variety of contents that our brand is offering will build the unique value of the experience that no other brand will possess. GRANHAND will not be a product where it vanishes with ease nor be neglected. It will continuously illuminate with a distinct presence and yield to warm people’s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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