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할머니 느티나무

27 De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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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 여러 세대의 삶을 지킨 나무가 있다. 그는 지팡이를 짚는 감나무 집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자전거 수리공 아저씨가 자신의 등에 기대 울고 웃던 날들을 기억한다. 나무 틈에, 떨어져 나간 가지 사이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나무의 기억은 그의 뿌리처럼 넓고 깊다. 짙은 갈색 수피에는 녹빛 이끼가 틈틈이 자리 잡고 있고, 뻗어낸 가지와 무성한 잎으로 검은 집을 만든다. 두 팔을 펼쳐 안으면 되레 넓은 품에 안긴 모양이 되어버릴 정도는 나무의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할머니의 손처럼 촘촘한 주름과 포근한 온기, 느린 걸음을 닮은 나뭇가지의 움직임 때문일까. 동네 사람들은 나무를 ‘할머니 느티나무'라 부른다. 길을 걷다가도 어김없이 나무 앞에 멈춰서 나뭇잎 천장을 올려다본다. 사락사락 부딪히는 나뭇잎과 작은 틈 사이로 흔들리며 통과하는 빛. 나무가 만드는 근사한 그림은 발밑으로 이어진다. 정처 없이 걷는 이들은 나무 곁에 자리 잡는다. 지나가던 새들도 굳센 가지 위 둥지를 지었다. 나무에게 인간과 비슷한 시각기관이 있었다면, 자신을 향한 말간 이마들을 가만가만 바라봤을 것이다. 때때로 나뭇잎에 넉넉한 온기를 실어 ‘후-’ 불어 올 테고. 그늘에 눈을 감은 행인은 간지러운 봄바람에 이마를 벅벅 긁었다. 그의 곁에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언제나 물에 젖은 숲 냄새가 난다. 나무는 바깥의 크고 작은 소란에 개의치 않고 한결같이 호흡했다. 작은 바람에도 섬찟 몸을 웅크리는 우리와는 다른 담대함이다. 


도시의 풍경은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 편집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할머니 느티나무 주위로 포크레인이 오고 가더니 작은 빌딩이 들어선 것이다. 하늘과 나무 사이를 서늘한 돌벽이 가로막았다. 지난날의 풍파가 느껴지는 나무의 표피와 다르게 우아한 대리석으로 중무장한 건물이다. 생채기 하나 없이 매끈한 벽면과 반짝이는 이름. 인간이 빚어 완성한 인공 구조물 앞에 나무는 불시착한 생명 혹은 미래 도시의 불청객 같아 보였다. 쏟아지는 빛의 양이 줄었다 해도 나무는 불평하지 않았다. 늘 그래왔듯 계절에 맞춰 잎을 떨구거나 펼쳤고 비슷한 속도로 흔들렸다. 하지만 그의 존재가 모든 이에게 이해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어느 날 뾰족 튀어나온 나무의 일부가 건물의 벽면을 쓰다듬자, 누군가 가지를 꺾었다. 창문에서 솟아나 휘적휘적 허공을 더듬던 손이 나뭇가지를 부러트리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이 도시에서 나무의 비명은 누구도 들을 수 없었다. 자동차 경적과 바퀴가 움직이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아스팔트 위로 먼지가 일고, 그 일부가 나무 곁에 내려앉는다. 마을의 지붕이 되어주던 할머니 느티나무는 사람들의 시야 밖으로 밀쳐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을까. 매서운 전기톱 소리가 도로를 지나, 마을 골목 구석구석에 번졌다. 굉음을 내는 쇳덩어리가 나무 옆을 쿡 찌르자, 고운 나무 입자가 눈처럼 흩날렸다. 노란 작업복을 입은 인부는 건조한 표정으로 주민 편의와 마을 경관 개선을 위한 벌목이라고 말했다. 나무는 처음보는 모습과 속도로 흔들린다. 사방으로 잎을 떨어뜨리고 기우뚱 몸을 기울인다. 그가 완전히 쓰러질 때까지 인부의 톱질은 멈추지 않는다. 곁에 선 감나무 집 할머니는 마른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나무에게서 더는 숲 냄새가 나지 않는다. 녹슨 철, 새까맣게 탄 나무의 쓴맛이 간간히 입에 맴돌 뿐이다. 마을의 기억이 스러진다. 쿵.


오랜 시간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이자 이곳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의 삶과 믿음의 증거가 사라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인간 또한 저 나이 든 느티나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스러진 나무를 보며 괜시리 서글퍼진다.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내가 오랫동안 믿어온 가치 또한 언제든지 입맛에 맞지 않으면 쉽게 벌목될지 모른다. 할머니 느티나무가 사라진 회백색 잔해 위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는다.


Sometimes you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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