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우리 삶을 지탱해줄 철학이 담긴 만화들

27 De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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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구경하다 보면, 언젠가부터 꾸준히 베스트셀러 코너에 보이는 책이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같은 철학가들의 글과 해설서들인데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알라딘 기준 5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삶에 충실하라’는 현실적인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거든요. 


쇼펜하우어 이외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철학책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죠. 내용과 표현이 어려운 것도 있고,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생각 자체가 부담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만화로 철학을 만나보면 어떨까요? 시원한 전개나 강렬한 반전은 없지만, 담백한 그림과 대사로 우리를 생각의 시간으로 이끌어주는 만화들이 있습니다. 초 단위 콘텐츠가 당연해진 시대, 향을 음미하듯 스스로에게 질문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자학의 시, 1985>: 우리의 인생은 어딘가 조금씩 비참하다


“여성의 현실을 희화화하는, 정말 나쁜 만화.” “‘행복과 불행은 결국 각자에게 달려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특별한 만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연재된 일본 만화 <자학의 시>에 대한 엇갈리는 후기들입니다. 배두나 주연 영화 <공기인형>의 원작 작가이기도 한 고다 요시이에의 작품인데요. 철없는 백수 남편 ‘이사오’, 그런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 ‘유키에’의 일상이 네다섯 컷의 세계에 펼쳐집니다. 


1권에서 주인공 ‘유키에’는 참 답답해 보입니다. 자기 마음에 안 든다면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아무에게나 싸움을 거는 남편을 한결같이 사랑하거든요. 1권 대부분이 이런 내용이어서 읽기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2권 속  ‘유키에’의 고통스럽고 외로운 과거를 보며, 독자들은 조금씩 ‘유키에’를 다시 보게 됩니다.


‘유키에’의 집안은 가난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집단 따돌림을 당했죠. 성인이 되어서도 희망이 없던 ‘유키에’는 자살까지 시도하지만 실패합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사람이 자신에게 약을 판 남자이자 지금의 남편, ‘이사오’인 거죠. ‘유키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이사오’를 사랑하며, 좌충우돌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저는 어릴 적 당신의 사랑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평생을 찾아 헤멨습니다. 저는 사랑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 제 안에서 찾을 줄이야… 여태 꽉 쥐고 있었던 손을 폈더니 거기에 있었다, 이런 느낌입니다.”

_작중 ‘유키에’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


‘유키에’는 ‘이사오’와 함께하는 삶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생사조차 불분명한 어머니에게 편지로 부치죠. 우리는 이런 ‘유키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마침내 행복을 찾은 걸까요, 아니면 다른 가능성을 포기하고 ‘이사오’를 뒷바라지 하는 것에 만족한 걸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유키에’가 정말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았을지도 모르죠.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한, 수동적인 사람일수도 있고요. 


그렇기에 <자학의 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집니다.  ‘유키에’가 답답해 보일수도 있고, 그의 미래를 응원할 수도 있죠. 여러분이 생각하는 행복은 어떤 모습인가요? 우리는 행복한 삶의 모습을 정의할 수 있을까요?  <자학의 시>는 이처럼 가벼운 그림체로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입체적 문제작’입니다.




<GON>: 말 한 마디 없는 공룡의 옴니버스 성장기


<GON>은 특이합니다. 대사도, 효과음도, 말풍선도 없거든요. 오로지 ‘등장동물’들의 표정과 행동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만화의 새로운 형태를 실험하는 듯한 <GON>은 타나카 마사시(田中政志)의 1998년 작품인데요. ‘만화는 그림이 있으니까, 대사가 없어도 쉽게 읽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GON>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만화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아이스너 상(Eisner Awards)을 수상했죠. 



<GON>은 줄거리도 없습니다. ‘곤’이라는 짜리몽땅한 공룡이 좌충우돌하는 게 전부죠. 덩치 큰 곰과 싸워서 연어를 뺏어 먹고, 지나가던 사자를 제압해서 자가용처럼 타고 다니죠. 열심히 댐을 만들던 비버 가족이 쓸 나무들을 망가뜨리기도 하고요. 이처럼 ‘곤’은 상대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죠. 


하지만 ‘곤’이 사고만 치는 건 아닙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른 동물들을 돕기도 하죠. 아기 펭귄을 잡아먹으려는 갈매기를 엄마 펭귄들과 같이 쫓아내고, 나이 든 코끼리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기도 합니다. 나무를 들이박아 떨어진 과일들을 슬쩍 다가온 다람쥐와 나눠 먹기도 하고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곤’은 마냥 밉지만은 않은 캐릭터가 됩니다. 


그렇게 사진같은 그림체로 묘사된 생생한 자연, 대사 없이도 마음을 알 것 같은 ‘곤’과 동물들의 표정을 보며 웃다 보면 한 화가 끝나 있습니다. 허무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이기도 해요. 결국 우리들 모두, 나쁘고 좋은 순간들을 겪으며 24시간을 보내니까요. 


그래서 <GON>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립니다. 누군가에겐 교훈도 메시지도 없는, 지나치게 섬세한 그림책일지 모르죠. 하지만 ‘나도 저런 적이 있었지’라고 되뇌이며, 자신을 돌아보는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본 적 없는 콘텐츠를 접하고 싶다면, <GON>은 생각하지도 못한 깜짝 선물처럼 여러분에게 신선함을 줄 거예요.




<천재 유교수의 생활>: 준법정신 투철한 경제학 교수의 인간 탐구


칼같이 지키는 오전 5시 30분 기상과 밤 9시 취침. 언제나 깔끔하게 차려입은 양복. 뉴스 속 아나운서의 한마디를 반나절 넘게 생각하는 사람. 이 작품 속 ‘유교수’의 모습입니다. 고지식해 보일 정도로 규칙적이지만,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죠. 그에게 사람들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관찰 대상’입니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그런 유교수가 일상을 살아가며, 사람과 세상을 연구하는 과정을 옴니버스 식으로 보여줍니다. 


‘유교수’는 진리를 깨달은 존재가 아닙니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곤란해하기도 하죠. 그러나 ‘유교수’는 그런 상황을 피하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조언을 구하고, 수업 시간에 만난 펑크족 학생을 이해하려 기타를 연습해보죠. 서투르지만 성실하게, ‘유교수’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는 에피소드는 여운이 깁니다. ‘유교수’는 학생이던 시절, ‘신나게 놀고 고생도 해봐야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는 ‘쯔쯔미 교수’를 싫어했는데요. 그를 이해하려 면담까지 신청했지만, 결국 차이만 확인하고 강의도 결석하죠. 어느 날,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 ‘유교수’는 답답한 마음에 아내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나와 맞지 않는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죠.


“당신도 다른 사람이 이해 안 될 때가 있었어요? 싫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소?”

“당연히 있었죠. 근데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싫더라도, 다음에 만났을 때 좋았다면 쉽게 잊어버려요, 저는.”


타인과의 관계 이외에도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독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을까? 죽음을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람들은 뭘 위해 열심히 일하는 걸까? 같은 것들 말이죠. ‘나중에 생각하자’고 묻어뒀던 인생에 대한 질문들, ‘유교수’와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가요?



지금은 “뭘 그렇게까지 생각해?”라는 말의 시대 같습니다. 당장 할 일도 바쁜 와중에 철학이라니요. 하지만 인생과 행복에 대한 고민이 꼭 심각하거나 진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자학의 시>와 <GON>, 그리고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각자의 매력으로 우리에게 생각해볼 시간을 선물합니다. 시간을 두고 호흡할수록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향처럼요. 숨가쁜 일상에서 무언가 놓친 것 같다면, 오늘 소개드린 작품이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워줄 거예요.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Though you can not seize nor hold the smell, it has a decisive effect on the matter of our memory and emotion and believes on its vitally of influences on our decision among our lives. GRANHAND gives faith towards the value of the fragrance and consistently pursues to make the scent part of our regular living. Although it may be slow nor has perfection, the variety of contents that our brand is offering will build the unique value of the experience that no other brand will possess. GRANHAND will not be a product where it vanishes with ease nor be neglected. It will continuously illuminate with a distinct presence and yield to warm people’s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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