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소나기와 뒤통수

30 Ma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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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벚꽃을 끌어안고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애매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의 행보에 벚꽃도 나도 속수무책이었다. 작은 천막 아래 몸을 숨겼다. 물기를 터는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옆을 보니 동그란 뒤통수가 있었다. 설마 그인가. 생각하는 찰나 짧은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여전히 그가 내게 남아있었다. 아, 이 정도의 날씨에 괜스레 그 사랑스러운 뒤통수가 떠오른 건 예견된 일이었으려나. 떠오르는 동그란 뒤통수가 있다는 것에 감열 해야 할지, 검열해야 할지 피어오르는 어지러움에 머리를 짚었다.


그해 봄, 교수님은 항상 조는 학생들을 아주 창피스럽게 만들며 잠을 혼내곤 했다. 그 방식은 하도 천편일률적이어서 매번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조는 학생을 호명하고, 그 불린 이름은 질문이라는 단두대에 채워졌다. 답하지 못하면, 한마디의 창피를 주는 말과 함께 5분 정도 그를 세워두었다 자리에 앉히곤 했다. 그리곤 다음 학생을 물색했다. 꼭 자리에 세워두는 건 수많은 이들 중의 한 명이었다. 수업에선 항상 한 명의 아이들이 돌아가며 벌을 섰다. 그건 마치, 연대할 수 없이 끊어버린 파편 같기도, 보여주기식 총살 사형의 연상 같기도 했다.


계속되는 단두대와 형벌 속에서 지쳐가던 찰나, 아주 사랑스러운 뒤통수를 발견했다. 그건 마치 총알의 교차에서도 피어나는 한 송이 꽃과 같아서 뭐랄까. 나만의 낭만이라 하면 거대한데… 뒤통수였다. 그 뒤통수는 원체 꼿꼿해서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단두대에 세워진 이들을 쳐다보지도, 그들의 형벌을 힐끔거리지도 않았다. 그저 앞을 응시했다. 그 응시가 어찌 보면 파들거리는 종달새 같기도 올곧은 대나무 같기도 하여, 내 시선을 자꾸만 잡아두는 것이 위험했다. 매 수업 시간이면, 연약한데 단단한 뒤통수를 보느라 수업이 내용이 자꾸 귀를 흘러 공기 중으로 분해됐으니.


그 뒤통수가 뒤를 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종종 그의 뒤에서 볼펜을 떨어트린 날에, 볼펜을 주워주며 뒤를 훑는 게 전부였다. 그날은 지나치게 밝아 아무도 소나기가 올 거라 예상하지 못한 날이었다. 모든 사람의 짐작에 뒤통수를 갈긴 날 때문이었는지, 내가 뒤통수를 뚫릴 듯 쳐다봐서인지 그가 나와 눈이 마주친 건 착각이 아니었다. 그 흰 얼굴이, 올곧은 눈동자가, 사랑스러운 뒤통수를 돌려 나를 마주할 때를 종종 생각하곤 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눈동자를 돌리고 책을 보는 척해야지. 우연히 눈이 마주친 것처럼 살짝 놀래고 다른 곳을 봐야지. 생각은 오만가지였지만,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올곧은 눈동자를 보곤 눈을 감아버릴밖에.


아, 수치사. 눈을 감다니. 눈을 감다니….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다시 뒤통수뿐이었다. 이 와중에도 놀랍도록 사랑스러운 뒤통수라니. 수업을 같이 듣는 동기는 그 뒤통수가 도대체 뭐가 좋고 사랑스러운지를 아무리 말해줘도 알아듣지 못했다. 원래가 지대한 관심보다 사랑스러운 의도적 무관심에 마음과 사랑이 기우는 법. 타인의 수치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비폭력에 빠져드는 법. 이 졸음 잔혹사 속 극한의 폭력에서 비폭력적 저항하는 뒤통수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동기는 머저리가 분명했다. 나의 사랑은 이해가 필요 없었다. 그저 올곧은 좋음에 눈을 감고, 얼굴을 붉혔다. 나의 반응은 저항이 없어 자꾸만 뚝딱거렸다.


그해 유월의 끝 무렵, 여름이 시작되려 소나기가 약간씩 내릴 무렵이었을까. 수업이 끝난 후, 동그란 뒤통수의 그는 소나기 앞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내 우산을 건넸다. 그는 올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이번엔 말했다. 괜찮으면, 편의점까지 우산을 씌어줄 수 있냐고. 나는 끄덕이곤, 앞만을 바라보고 걸었다. 편의점이 구만리는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찰나, 도착해버렸다. 그는 내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원래, 전화번호라도 물어보지 않나 싶었지만,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고 난 배우가 아니었다. 그 뒤통수를 오래도록 보았다. 어지러웠다. 다 떨어져 버린 사월의 벚꽃의 향을 유월의 소나기가 머금은 듯했다. 뒤를 돌아 우산을 폈다. 열 발짝 걸었을까. 발걸음 소리가 들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다시 내게 뒤통수를 보이며, 투명한 우산을 쓴 채 걸어갔다. 걸음을 멈춰 그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래도록 담았다. 다시 못 올 순간이었다. 소나기가 충분히 그를 비에 묻히도록 내버려두었다. 그 속에서 나는 원 없이 얼굴을 붉히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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