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초록의 고립 속에서

1 Se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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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카라반 캠핑을 떠난 날, 거센 폭우가 내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는 타프 아래 캠핑 의자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감상하기로 했다. 너무하리만큼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에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우리는 그저 말없이 풍경을 바라봤다. 더위를 씻겨 내리는 선선함과 적당한 습기,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빗줄기 소리, 땅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진하고 촉촉한 흙냄새. 지면에서 다시 튀어 오른 빗방울에 희뿌예진 캠핑장의 풍경.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씨였지만 오히려 야생에 가까운 이 순간이 초록의 고립을 만들었다. 몸이 묶이니 생각이 많아졌다. 밤하늘의 별을 계속 바라보면 어둠 속에서 하나둘 희미한 반짝임이 드러나듯, 저 아래에서부터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얼 잊고 있었더라. 뒤로 덮어둔 순간들과 안으로 삼킨 감정들, 묵혀둔 한숨이 빗소리를 방패 삼아 슬그머니 고개를 비집고 올라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 위로 다른 것들이 켜켜이 쌓여갔다. 당시에는 참 소중했는데 세월이 지나 빛이 퇴색되면 담고 다니기엔 버겁고, 마주하기엔 두렵고, 신경 쓰기엔 삶이 치열해, 그렇게 기억 속에 덮어 둔 그대로 부유하듯 지냈다. 그리고 문득의 순간을 마주하면, 수면 위로 반짝이는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비 오는 풍경을 좋아했고, 키우던 강아지를 그리워했고, 엄마의 웃음을 사랑했고, 아빠와 자주 밥을 먹기로 했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 어느새 저녁으로 준비한 요리가 끓고 있었다.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따뜻함마저 소중하게 느껴졌다. 언제 잔잔해졌는지 모를 빗소리 대신 풀벌레와 개구리 소리가 밤 풍경을 메웠다. 늘 그랬듯 다시 한번 어리석은 다짐을 했다. 캠핑장에 내린 비보다 더 거센 비바람이 마음에서 막 떠나가고 있었다.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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