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낭만은 냄새로 기억되는 뻘짓이다

23 Ju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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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몇 년 동안 할머니 집에서 지냈다. 2층 짜리 단독주택. 우리는 2층에 세들어 살았는데, 거기서 고모, 삼촌들까지 다섯 명에 푸들 한 마리도 같이 지냈다. 2층에서 1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었지만 1층은 주인집이라 사용할 일이 없었고, 나는 그 계단이 항상 무섭고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가끔 친구들이나 사촌들이 집에 놀러 오면, 괜히 계단 중간의 참까지 소리내지 않고 살금 내려갔다 호다닥 다시 올라오며 담력을 뽐냈다.


외출을 하려면 건물 외부로 돌출된 좁고 낡은 철제 계단을 이용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계단으로 매번 보일러 기사님이 LPG 가스통을 어떻게 들고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뜬금없지만 나는 그런 기름이나 가스 냄새를 참 좋아했다. 몸에 기생충이 있으면 그런 냄새를 좋아한다고 하던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 한 방은 삼촌이 쓰고 다른 방 하나를 할머니, 두 명의 고모, 그리고 나까지 넷이서 다 같이 사용했다. 유일하게 컴퓨터가 있는 삼촌 방에서는 늘 은은한 담배 냄새가 났고, 꼭 컴퓨터 옆에는 삼촌이 좋아하던 게토레이가 컵에 따라져있었다. 한 번은 내가 마시려고 하자 삼촌이 오줌이라고 속이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혹시나 싶어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 저녁에는 항상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다 같이 TV를 보고, 다 같이 잠들었다. 


봄에는 2층 마당 높이까지 목련인지 벚꽃인지가 흐드러지게 피어 다 같이 나무 앞에서 자동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여름밤이면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모기향을 피우고 귀신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와 원판 얼음을 사다 수동 빙삭기로 팥빙수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친척 오빠가 오면 마당에서 바가지로 덫을 놓고 참새를 잡기도 했다. 불꺼진 방에서 김건모 2집을 틀어놓고 고모와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춰보기도 하고, 한창 머릿니가 유행했을 때는 스탠드 조명 아래에 날 눕혀놓고 모두가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 참빗으로 이를 잡기도 했다.


그 집에서 우리는 모든 계절, 모든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았다. 염치도 없이, 마치 1층에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실제로 주인집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놀 거리가 많았는지 친구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항상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했다. 그 때를 떠올리면 너무 많은 냄새들이 같이 생각난다. 장판과 마루, 보일러 냄새, 보리차와 여러가지 장 냄새, 화장실의 시멘트와 돌 냄새, 다락방 창고의 오래된 냄새와 PC 통신에 빠져있던 고모의 싱크 패드가 발열될 때 나는 냄새, 마당으로 나갈 때 열던 샷시와 아슬했던 철제 계단의 녹슨 철냄새.


그 시절은 고작 4년 남짓이었음에도, 최근 나의 4년과 비교해보면 색도, 냄새도, 훨씬 더 다채로웠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과거를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때는 어렸고, 지금은 일하고 돈 버느라 바빠서라기엔 그 당시 지금의 내 나이였던 고모와 삼촌들은 주 6일을 근무했다. 다만 그 때는 요즘 사람들이 찾는 그 ‘낭만’이라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당연하고, 모두가 그것에 진심이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도 없었고, 가진 게 많지 않았으니 몸뚱아리 하나로 인생의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찾고 누렸어야만 했다. 


구태여 얼음과 빙삭기, 팥과 떡을 사서 일 년에 몇 번 만들어 먹지도 않을 팥빙수를 수고스럽게 만드느니 호텔 망고 빙수를 먹는 게 낫고, 구태여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놀다가 이래저래 찝찝하게 고생하느니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련된 쾌적하고 멋진 스테이에 가면 되고, 사람을 만나 억지로 웃고 신경쓰고 부대끼느니 SNS와 유튜브가 훨씬 유익하고 재밌는 세상이다. 다만 문제는 지금의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은 훨씬 편하고 자극적이고 신나는데,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구태여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공간과 시간에서 할 수 있는 뻘짓, 남들이 다 하니까 오히려 하지 않았던 것, 혹은 이제는 아무도 하지 않는 것, 그 나이, 그 계절에만 할 수 있고, 갈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들. 핸드폰이 필요 없는 즐거움. 새로운 공기와 온갖 냄새들로 삶을 채우는 일. 낭만은 멀리 있지 않다.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Though you can not seize nor hold the smell, it has a decisive effect on the matter of our memory and emotion and believes on its vitally of influences on our decision among our lives. GRANHAND gives faith towards the value of the fragrance and consistently pursues to make the scent part of our regular living. Although it may be slow nor has perfection, the variety of contents that our brand is offering will build the unique value of the experience that no other brand will possess. GRANHAND will not be a product where it vanishes with ease nor be neglected. It will continuously illuminate with a distinct presence and yield to warm people’s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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