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클래식 입문기 1: 어려워 '보이는' 음악, 클래식

26 Jul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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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The Kennedy Center


가깝지만 먼 그 이름, 클래식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록이나 힙합, 가요부터 알앤비나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지만 ‘클래식'을 찾아 즐기는 분은 아마 많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클래식’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암호같이 긴 제목, 10분을 훌쩍 넘기는 곡 길이,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클래식의 진입장벽은 높게만 느껴집니다. 


역사와 규모는 방대하지만, 결국 클래식도 인간의 마음을 소리로 표현한 ‘음악’입니다. 케이팝이나 알앤비처럼요. ‘클래식’이라는 글자에 담긴 의미와 유난히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클래식 장르와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두꺼운 사전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재미있는 소설 같은 클래식 음악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래식’은 장르보다는 서사에 가깝다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유서가 깊은 표현입니다. 고대 라틴어 ‘클라시쿠스(classicus)’에서 유래됐어요. 로마 시대 존재했던 시민 계급 중 가장 높은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클라시스(classis, 함대)’를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들이었죠. 


Image: Pxhere


시간이 흘러 클라시쿠스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작품’을 통틀어 부르는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좋은 예술 작품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 거죠. 이후 문화가 발달하면서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는 뜻도 더해졌습니다. 까다로운 귀족과 왕족들이 만족하고 팬이 될 정도로, 수준높고 아름다운 작품들에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죠. 


클래식이 음악 장르 이름으로 쓰이게 된 건 19세기 초입니다. 이 시기는 폼페이 등 고대 그리스, 로마 도시의 유적들이 많이 발굴된 때인데요. 이 때 발견된 작품들이 예술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당시 작품을 재현하려는 운동으로 이어졌죠. 음악계에서도 ‘고전주의’라는 이름으로 규칙적인 리듬, 대칭적인 선율 등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의 음악을 ‘클래식’이라고 구분하기 시작한 거죠. 



Image: The New York Times


오랜 세월이 지나고, 클래식의 뜻은 더욱 넓어졌습니다. 포괄적으로는 ‘서양에서 만들어져 수백년 동안 사랑받는 음악’을 의미하죠. 좁게는 16세기 중반 ~ 19세기까지의 바로크 음악, 고전주의, 낭만주의 등을 뜻하고요. 그래서 클래식은 수백 년 동안 쌓인 ‘음악 서사’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지식이나 학문이 아닌, 오래된 옛 이야기로서 바라볼 때 보다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애플 뮤직 클래식에 적힌 글처럼요.



“클래식 음악은 하나의 장르가 아닌 생각이다. 이 생각은 작곡가의 머릿속에서 시작되어 악보로 그려지고, 연주자에 의해서 표현된다. (중략) 클래식 음악을 향유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 영원히 기억될 명곡을 작곡한 베토벤, 천재 모차르트 등 그 시대 음악의 혁명가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이다.”


Apple Music Classical 소개에서



알고 보면 이해하기 쉬운 클래식 음악만의 특징들


Image: New Republic


클래식 음악은 왠지 공연장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스트리밍 시대인 지금도, 클래식 앨범은 플레이 버튼을 터치하기 망설여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클래식 음악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의외로 어렵지 않아요.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클래식 음악만의 고정관념과 특징을 알아볼까요?



A.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고상한 음악이다? 

‘클래식’하면 왠지 가까이하기 어려운 느낌이 드는데요. 이 부분은 앞서 설명한 클래식 음악의 역사와 관련 있습니다. 당시 음악가들은 대부분 궁정이나 교회에 고용되거나 귀족들의 후원을 받았어요. 그렇기에 화려하고 복잡하면서 정교한 음악이 주를 이뤘죠. 그러다가 부르주아와 지식인들도 듣는 음악이 되었고, 시민혁명 이후에야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구나 스트리밍으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지금, 클래식은 ‘처음에만 어려워 보이는’ 음악이랍니다. 



B. 클래식 곡명은 정해진 규칙대로 외워야 한다?

클래식 곡의 제목을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데요. 이 이름을 다 외우지 않아도 돼요. 작곡가들이 세상을 떠난 후, 후배들이나 역사가들이 작품을 정리하기 위해 정한 형식이거든요. 대다수 클래식 곡들은 아래 규칙을 따라서 제목을 지어요.




위의 제목을 읽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베토벤의 소나타 제26번 내림 마장조 작품번호 81a, ‘Les Adieux'”


하지만 실제로 이 곡을 이렇게 풀 네임으로 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부제인 ‘작별‘Les Adieux‘이라고 부르죠. 사실 이런 이름도 후세 사람들이 붙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요. 옛 클래식 작곡가들은 ‘결국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라고 생각해서 제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암호처럼 보이는 제목에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대충 구글이나 AI에게 물어보고, ‘이런 작품이구나’ 이해하면 되니까요.



C.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들으려면 깊게 공부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을 검색하면 쏟아지는 수많은 자료들. 이런 것들을 꼭 알고 들어야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다른 음악 장르처럼 클래식도 각자 편한 방식으로 들으면 됩니다. 작곡가나 곡의 형식을 몰라도, 소리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데는 문제 없으니까요. 창작자의 생애, 악곡의 형식 같은 정보는 그 음악을 더 알고 싶을 때 찾아봐도 늦지 않습니다. 


클래식 관련 정보가 유난히 많은 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른 장르보다 역사가 훨씬 긴 만큼, 수많은 음악가들이 활동했기 때문이죠. 그런 창작자들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도 오래 전부터 진행됐고요. 이처럼 방대한 자료들은 모두 더 풍부하게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자취입니다. 의무적으로 학습해야 할 것들이 아니죠. 마음에 드는 곡에서 시작해,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면 즐겁고 부담 없이 클래식을 들을 수 있어요.



클래식 음악,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넓고 깊은 클래식의 세계, 어떤 음악부터 들어보면 좋을까요? 클래식 입문을 고민하는 여러분을 위해, 각 시대의 매력적인 작곡가와 대표 곡들을 정리했습니다. 

Image: Chasing the Chords


바로크 시대: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클래식을 원한다면

바로크 음악(Baroque music)은 대략 1600년 ~ 1750년까지의 음악 사조입니다. 당시 서구 사회는 식민지 개척, 개신교 확산 등 굵직한 변화들을 겪었는데요. 그 중 핵심은 세상의 중심을 신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음악도 인간에 초점을 맞췄고, 특히 ‘감정의 변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죠. 대표적인 음악가로 바흐(Bach), 비발디(Vivaldi) 등이 있습니다.


G선상의 아리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2악장 ‘Air(아리아)’입니다. ‘G선상의 아리아’는 19세기 폴란드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편곡하면서 붙인 별명인데요. 이 제목이 유명해져 지금까지 쓰이고 있어요. 잔잔한 바다가 연상되는, 차분한 선율이 매력적인 곡입니다.



바순 협주곡 E단조


우리에게 ‘사계’로 익숙한 비발디의 색다른 면을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OST에 ‘방아쇠를 당겨라’라는 제목으로도 쓰였어요. 격정적인 감정이 요동치는 게 느껴질 정도로, 화려한 관현악 선율이 특징입니다. 비발디의 음악적 세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들어볼 수 있을 거에요. 



Image: Classic FM


고전주의 시대: 보다 밝고 경쾌한 클래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1750년대부터 1820년대 사이의 음악 사조인데요. 이 때의 음악은 ‘깔끔’합니다. 증기기관 발명, 전기의 발견 등 사회 변화가 빨라지면서 중산층이 문화 소비의 중심이 됐거든요. 때문에 귀족과 교회가 아닌, 대중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발달하게 됐습니다. 모차르트(Mozart), 베토벤(Beethoven) 같은 거장들이 이 때 활동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모차르트가 작곡한 5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중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바이올린 선율이 특징이예요.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여행하며 배운 음악적 요소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 곡이죠. 음색이 우아하고 부드러워 지금도 바이올린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연습하는 곡입니다.



피아노 협주곡 3번


2022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해 큰 주목을 받았던 곡입니다. 베토벤 본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곡이에요.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 선배들의 음악 스타일을 배우다가, 청각을 잃은 후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의 곡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베토벤의 복잡한 마음, 고민이 느껴지는 선율이 특징입니다.



Image: PianoLit


낭만주의 시대: 감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클래식이 궁금하다면

베토벤의 후기 작품에서 시작된, 19세기의 음악을 가리킵니다. 민주주의의 발전, 산업 혁명 등 서양 사회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은 시기인데요. 당시 예술가들은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목했고, 음악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쇼팽(Chopin), 리스트(Liszt) 등 개성 있는 작곡가들의 시대이기도 했죠.


Op. 53 폴로네즈 제6번 <영웅>


쇼팽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곡 중 하나입니다. 폴란드 전통 춤곡인 ‘폴로네즈(polonez)’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어요. 당시 쇼팽의 연인은 이 곡을 듣고 ‘프랑스 혁명의 힘과 활기가 느껴진다. 이 곡이 영웅의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써서 쇼팽에게 보냈다고 해요. 그 말처럼 춤을 추듯 경쾌한 리듬, 당당하고 묵직한 선율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이 특징입니다. 섬세한 음악으로 유명한 쇼팽의 또 다른 매력을 들어볼 수 있어요.



파가니니 대연습곡 3번 ‘라 캄파넬라’


생애 1천 곡이 넘는 피아노곡을 남긴 ‘피아노의 왕’, 프란츠 리스트의 대표곡입니다. 리스트가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감상하고 큰 감명을 받아 편곡한 작품인데요. 이탈리아어로 ‘작은 종’이라는 뜻처럼, 종이 울리는 듯한 고음이 중심이 되는 피아노곡입니다. 소리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선율과 흐름이 인상적인 곡이에요.



“클래식에는 감정이 들어있고, 작곡가는 이 감정을 청중이 느낄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든다. 청중도 이 감정을 느껴야만, 음악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베토벤이 ‘클래식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남긴 답인데요. 그의 말처럼, 클래식 음악은 한 곡 한 곡에 작곡가의 느낌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클래식이라고 해서 어렵고 고상한 개념을 담은것이 아니라 인간 보편의 감정-기쁨과 행복, 슬픔과 좌절, 사랑과 이별, 승리와 평화, 그리고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 시대상에 맞게 표현했을 뿐이에요. 지금 우리가 듣는 노래들 처럼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피아노곡, 기억에 남았던 오케스트라 연주를 다시 들어보면 어떨까요? 음악을 들을 때 내 감정은 어떤지, 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지 집중해보세요.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은 거기에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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