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도시관찰자 EP03: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의 산책

4 Jul 2022
Views 504

최근에는 비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울 하늘은 진한 파란색 물감을 퍼뜨린 것처럼 쾌청했습니다. 습도 또한 높지 않아서 야외에 오랜 시간 머물러도 산뜻했어요. 다시 한 번 비가 그친다면 조금 더 깨끗해진 도시와 녹음이 어우러진 풍경 안에서 가만히 숨 쉬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자연에 머물며 사색에 빠지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분주한 일상에 환기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답답했던 마스크를 내리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한적한 숲이라면 더 좋겠지요.


의외로 서울의 1인당 녹지 면적은 런던·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톱 3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다만 런던에는 평지 공원이 많다면, 서울에는 산과 숲이 존재하죠. ‘힐링’을 위해 꼭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도시 곳곳에 자리한 자연과의 조우를 통해 심신을 단련할 수 있으니까요. 도시는 말갛게 개인 얼굴로, 숲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초록빛으로 당신을 반겨줄 거예요.




이번 아티클에서 소개할 첫 번째 산책 코스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시작해 안산자락길을 지나 홍제천까지 이어지는 동선입니다. 산책을 시작하기 전, 수많은 알림을 남발하는 휴대폰은 잠시 방해금지 모드로 전환하세요. 가능하다면 휴대폰을 꺼두는 것도 추천합니다. 오늘 산책에서는 가만히 자연을 바라보는 실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산책길이지만, 이방인에게는 서울의 아름다운 면면을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주민분의 전언에 따르면, 벚꽃이 만개하는 봄에 가장 반짝이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벚꽃이 떨어지고 연둣빛 새잎이 자리한 지금, 안산은 다채로운 생명력으로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독립문 -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  


안산자락길로 향할 때, 독립문을 지나 이진아기념도서관을 거치는 방향을 추천합니다. 우뚝 서 있는 독립문의 웅장함을 감상하고, 이진아기념도서관으로 진입하는 산책로도 아름답게 가꿔져 있어 산책의 설렘을 고조시키기 좋은 코스입니다. 독립문을 지나쳐 걷다 보면 왼편에는 장미 덩굴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아파트 단지가, 오른편에는 산책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떨어지는 빛과 잎이 부딪혀 사락거리는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길 반복했습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공원길 80

화-일 09:00~18:00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등장하는 이진아기념도서관입니다. 이곳은 미국 유학 생활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진아 양의 가족들이 평소 책을 좋아했던 딸을 기억하며 건립 기금을 기부해 설립된 공간입니다. 도서관의 로비로 들어서면 이진아 양을 기억하는 메시지들이 가득 새겨져 있죠. 개인의 슬픔을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실천하고자 했던 가족의 뜻이 담겨 있는 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입니다. 설립 취지 처럼 도서관은 빛을 활용해 따스함과 포근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 서대문구청


도서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종합자료실은 복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 어떤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넓은 통창이 특징입니다. 창밖으로는 산책로의 나무들이 빽뺵이 나타나고, 뒤이어 파아란 하늘이 펼쳐지지요.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 보면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책장을 뒤덮습니다. 팔랑팔랑 책 넘기는 소리와 쾌적한 공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활자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대여해 자락길 어귀에서 펼쳐보는 것도 무척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저희가 방문했던 당시에는 종합자료실에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촬영을 진행하지 못한 관계로 공식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안산자락길 - 안산벚꽃길


도서관의 뒷편으로 걸어오면 안산에 오를 수 있는 자락길이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 경사가 시작되니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 묶고 오르길 바라요. 안산이 야트막한 산이긴 하지만 꽤 많이, 오래 걷게 될 지도 모릅니다. 직접 방문했던 날은 평소보다 조금 흐린 날이었어서 선선한 바람 덕분에 기분 좋게 오를 수 있었어요. 또한 낮 시간 즈음에 오른다면 비교적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이맘때 숲은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무수한 컬러의 팔레트 같습니다. 땅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곳곳에 피어나고, 하늘에는 길게 가지 뻗은 나무들이 층층이 얽혀 있죠. 안산자락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다채로움을 새삼 깨닫습니다. 마스크를 벗었다면 심호흡하듯 깊게 숨을 들이마셔 보세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던 푸릇함이 코끝에서 시작해 폐부 깊숙이 번지는 게 느껴질 거예요. 





희미한 길을 따라 정처 없이 걷다 ‘이 길이 맞나' 의아한 순간, 전망대가 나타났습니다. 방대하게 펼쳐지는 서울 도심과 그 뒤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들이 어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요. 산에 오를 때마다 미니어처처럼 작아진 서울의 빌딩을 보며 내가 가진 고민의 크기를 떠올려 보곤 덧없음을 생각합니다. 도심에서 분주히 살아갈 때는 사소한 고민거리도 대단히 크게 느껴지고 내가 속한 세상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산에 올라와 보니 으리으리한 빌딩은 귀여운 사이즈로 변모하고 사람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작습니다. 


일상에 매몰되다 보면 우리는 쉬이 자신만의 세상에 갇힙니다.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전부인 것만 같아서 다른 선택을 하기 힘들죠. 하지만 우리는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작고, 우리의 세상은 꽤 크고 넓습니다. 마치 안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처럼요. 산책의 묘미는 이런 생각의 발현에 있나 봅니다.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부딪히며 ‘솨아아’ 흔들리는 소리, 도심에서 들을 수 없는 낯선 새들의 소리, 간헐적으로 울리는 풀벌레 소리. 안산을 걸을 때는 이어폰을 잠시 빼고 자연이 선사하는 소리를 감상해보길 바랍니다. 노이즈 캔슬링으로 귀를 막기엔 숲이 발산하는 오케스트라가 황홀하도록 아름다우니까요. 자락길에 오른지 40분 정도 지나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난다면, 안산벚꽃길과 홍제천이 곧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하산하는 위치에 있는 벚꽃길은 새로 돋아난 초록 잎들로 가득합니다. 마지막으로 깊고 길게 심호흡해 보세요.



홍제천


안산벚꽃길을 따라 내려오면 홍제천이 등장합니다. 홍제천은 북한산에서 발원해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지나 한강으로 통하는 하천인데요. 연희동과 가까운 위치라 멋스러운 카페와 소문난 맛집 탐방하기 전, 한가로이 수변을 걷기 좋은 곳입니다. 특히 안산벚꽃길과 이어지는 홍제천 초입에는 인공폭포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폭포가 조성돼 있어 낯선 곳으로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죠. 홍제천 위 내부순환로 아래 교각에는 명화가 새겨져 있는데, 이또한 홍제천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무성하게 자란 풀잎, 중간중간 만개한 꽃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하천 위쪽에 카페들이 눈에 띕니다. 





YH1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6길 11, 1층

수-월 11:00~21:00


분주히 안산과 홍제천을 누볐으면 목을 축여야죠. 홍제천이 내려다 보이는 거리에는 외관과 내부 모두 멋스럽게 꾸며진 카페들이 존재합니다. 연희동까지 건너가지 않더라도 이곳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멋진 스폿들이 많더군요. 발 딛을 틈 없이 사람들로 채워진 공간이 아닌, 적당히 여유로운 조용한 카페들. 홍제천에 위치한 카페들은 공통으로 포근하면서도 편안한 환경이라 가만히 여유를 즐기기 좋습니다. 괜찮은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면 챙겨 온 책을 다시 꺼내 들어 봅니다. 오늘 하루의 분위기와 읽었던 책의 구절들은 오랜 시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예부터 인간이 산책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산책을 통해 경험하는 자연에는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인간은 자연 속에 머물 때 평소보다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느끼는 감각의 이름은 바로 ‘평화’죠. 가만히 평화를 감각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노이즈를 발산하는 디지털 기기와 거리 둔 채 숲을 거닐고 중간중간 책장을 매만지며, 느긋한 마음으로 휴식하는 산책길이 되길 바랍니다.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Though you can not seize nor hold the smell, it has a decisive effect on the matter of our memory and emotion and believes on its vitally of influences on our decision among our lives. GRANHAND gives faith towards the value of the fragrance and consistently pursues to make the scent part of our regular living. Although it may be slow nor has perfection, the variety of contents that our brand is offering will build the unique value of the experience that no other brand will possess. GRANHAND will not be a product where it vanishes with ease nor be neglected. It will continuously illuminate with a distinct presence and yield to warm people’s mind.

대표 정준혁   상호 (유)그랑핸드   사업자번호 127-88-01898   14-2, Jahamun-ro 4-gil, Jongno-gu, Seoul, Korea      T. +82-2-333-6525      hello@granhand.com      Terms of Use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