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여름의 냄새가 그림이 된다면: 캐롤라인 페롱

23 Aug 2024
Views 130

바깥은 초록이 절정입니다. 온난한 날씨 아래, 새로운 생명이 만개하죠. 여름은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입니다. 계절 한가운데에서는 더위에 지치는 순간들이 많지만, 지나고 보면 그리운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바깥 활동이 많아지는 영향일까요. ‘여름이었다'는 밈이 존재하는 것만 보아도, 여름은 아니라 많은 이에게 애틋한 계절임이 분명해요. 


봄은 ‘시작'을, 가을은 ‘저뭄'을, 겨울은 ‘고요'의 정서가 있다면, 여름의 정서는 ‘움직임'이 아닐는지요. 더위를 피하고자 바다로 뛰어들고, 새벽의 숲속을 걷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는 순간. 움직임을 통해 살갗에 닿는 세계의 면적이 조금 더 넓어지는 나날입니다. 많은 분이 여름을 대표하는 색으로 ‘파란색’과 ‘초록색'을 꼽는 이유도 자연 속에서 머무는 청량함의 감각에서 비롯했을 거예요. 이러한 여름의 잔상을 그림으로 기록한다면 어떨까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초록과 파랑의 아름다움 속 간직하고 싶은 풍경을 말이죠. 


자유로이 유영하는 그림들

© caro.peron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캐롤라인 페롱(Caroline Péron)은 색연필을 활용해 다채로운 풍경을 창조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일에 흥미를 느꼈던 그녀는 파리 장식미술 학교와 시카고 미술대학을 거친 뒤 현직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지요. 캐롤라인이 주로 그림에 담는 대상은 역동적인 활동을 하는 인물들이에요. 테니스 선수, 달리기 선수, 스케이트 보더, 아크로바틱 선수, 수영 선수 같이 움직이는 인물을 그려냅니다. 그녀의 그림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그림 속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색연필의 몽글몽글한 색감으로 구현하기 때문이죠.



“실존하는 사람이나 장소에서 그림의 힌트를 얻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정확한 움직임과 격식적이지 않은 분위기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 캐롤라인 페롱



© caro.peron


캐롤라인이 ‘움직임'을 기록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6살 때 클래식 무용을 시작하고, 14년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발레 연습을 했다고 해요. 나아가 무용수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신체의 역동성에 매료되었죠. 그녀는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의 곡선과 배열을 그림으로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움직임이 빈번히 이뤄지는 공간도 함께 담아냈지요. 수영장의 청록색 바다, 축구장의 푸른 잔디, 테니스 코트의 곧은 흰색 직선들. 그녀의 작품을 보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 경험했던 찰나가 겹쳐집니다.


“저는 제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답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작품에 대한 감상은 인생의 시기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도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일탈, 시선이 작품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오가는 것,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 캐롤라인 페롱


자연스러운 일상의 풍경을 담아내다

© caro.peron


캐롤라인은 주로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에 영감을 받습니다. 어딜 가든 스케치북을 지참하고, 거리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 주변 풍경을 가만히 관찰하는 방식으로 영감을 수확하죠. 농구장이나 공원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움직이거나 춤추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때그때 휴대폰을 사용해 일상의 장면을 포착하기도 하고요. 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영상과 영화에서도 영감을 얻는데요. 영상 매체를 볼 때는 장면 장면을 면밀히 검토하며 원하는 구도의 사진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후 본격적인 색연필 드로잉으로 그녀만의 색을 창조해내기 시작하죠. 그래서 그런 걸까요. 그녀가 포착한 장면을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편안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 caro.peron


그녀가 초대한 풍경 앞에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색연필 특유의 부드러운 색의 밀도는 여름 볕의 따끈한 냄새를 닮았습니다. 숲이 하나의 향으로만 이뤄지지 않듯, 캐롤라인의 초록 역시 균질하지 않습니다.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처럼, 옅고 짙은 그라데이션이 촘촘히 자리해 있습니다. 겹겹이 쌓인 밑 색들이 깊은 숲속, 습기를 머금은 흙과 나무 냄새를 닮은 레이어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장면에서 느껴지는 빛의 존재감이 평온한 분위기를 완성하지요. 그녀의 작품 앞에 서면 가쁜 호흡도 차분해지는 기분입니다.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창작자의 마음이 깃든다고 하죠. 어쩌면 작가는 자신이 평온을 느꼈던 일상의 어느 감각을 시각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순간의 감정, 기쁨까지도요.


순간의 향을 상상하며

© caro.peron


캐롤라인의 주된 표현 도구는 색연필이지만,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은 부드러운 수채화가 떠오릅니다. 이는 어린 시절 조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이라고 해요. 그녀의 가문에는 수채화 풍경화가 두 분이 있었고, 그녀의 할아버지 역시 틈틈이 그림을 그리며 손녀인 캐롤라인에게 수채화 재료를 건넸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붓을 쥔 그녀는 집안 곳곳에 걸린 작품의 영향을 받아 화폭을 완성하기 시작했죠. 캐롤라인의 수채화같이 말간 색감은 자연물을 표현할 때 두드러집니다. 우거진 숲 한 가운데 나뭇잎 사이사이로 통과한 빛이 만드는 얼룩. 잔잔한 바다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누군가, 그 움직임에 따라 찰랑이는 바다의 표면. 자연과 어우러진 인간을 입체적으로 묘사한 그림에서 초록 풀의 싱그러움, 부서지는 파도의 축축함이 구현됩니다. 


© caro.peron


캐롤라인의 그림은 가본 적 없는 순간 마저 그리워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습니다. 감상자는 그녀가 담아낸 풍경 속 빛의 점도와 온도, 향의 자취를 가늠하죠. 버드나무가 촘촘히 자리한 호숫가, 한적한 오후의 정원 그 한 가운데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서늘함보다는 따뜻함이, 슬픔보다는 기쁨이 느껴지지 않나요? 여름의 정서가 넉넉히 녹아든 그림은 마냥 온난한 날씨처럼, 해맑은 희망을 전하듯 합니다. 모든 그림 속 배경이 여름은 아니겠지만, 추측건대 그녀는 여름의 푸르름과 생동감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일 거예요. 이유 없이 웅크리게 되는 날 꺼내보고 싶은 장면들입니다.


올여름은 여러분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요. 어떤 잔상과 향으로 채워질지요. 그저 그런 지금을 통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캐롤라인 페롱의 세계로 잠시 여행을 떠나 보세요. 그녀가 일상의 찰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식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 주니까요. 내 곁을 채운 풍경을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면, 지루하게 느껴졌던 순간도 조금은 달리 보이지 않을까요?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Though you can not seize nor hold the smell, it has a decisive effect on the matter of our memory and emotion and believes on its vitally of influences on our decision among our lives. GRANHAND gives faith towards the value of the fragrance and consistently pursues to make the scent part of our regular living. Although it may be slow nor has perfection, the variety of contents that our brand is offering will build the unique value of the experience that no other brand will possess. GRANHAND will not be a product where it vanishes with ease nor be neglected. It will continuously illuminate with a distinct presence and yield to warm people’s mind.

대표 정준혁   상호 (유)그랑핸드   사업자번호 127-88-01898   14-2, Jahamun-ro 4-gil, Jongno-gu, Seoul, Korea      T. +82-2-333-6525      hello@granhand.com      Terms of Use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