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제 4회 필름사진 공모전 수상자 인터뷰

24 Nov 2023
Views 394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심리사로 수련 받고 있고, 취미로 사진 찍는 국예진입니다.


그랑핸드와는 어떤 인연인가요?

그랑핸드는 제가 대학원생이던 시절에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내가 초라하게만 느껴져서 힘들던 때였는데, 꿈꾸는 이미지를 향기로 선물 받는 것 같아 블라인드로 덜컥 비올레트를 구매했던 추억이 있어요. 요새는 제 취향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듬뿍 담아 선물로 건네기도 합니다.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

공모전은 2회부터 한 점씩은 출품했던 것 같은데, 그저 따스한 시선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담은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품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얻어서 감사할 따름 이이에요.


출품작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요.

‘scatter’는 누군가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을 위로하면서 담아낸 장면이에요. 어느 평범한 날, 친구가 덤덤히 자신의 이별 소식을 전하는데 사랑이 갈 곳을 잃고 부서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요. 그때 저의 사소한 말의 위로보다 평범하고 온전히 흘러가는 일상이 그 친구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아낸 장면입니다. 매일의 햇빛이 아무 의미 없이 흩어져 사그라드는 것 같지만, 조용히 물결에 닿아 반짝이는 윤슬로 변모하는 것처럼 모든 순간은 각자의 소중한 의미가 있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필름사진 공모전 당선작>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오래된 것들을 존경하는 편이라서, 제가 사는 도시에서는 충장로나 양림동 같은 낡은 동네를 좋아합니다. 생각에 치일 때 문득 숨 쉬러 갈 만한 좋은 카페들도 많고요. 광주에 놀러 오실 일이 있다면 그 곳에서 오래된 도시의 숨결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scatter의 장소인 담양도 아주 좋아합니다.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거든요.


평소 자주 찍는 사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특별히 주제를 정하고 찍는 편은 아니에요. 그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담습니다! 사람, 커피, 자연, 일상, 순간에 붙들리고 싶을 때면 언제든 사진을 찍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카메라도 핸드폰, 필름, 오래된 디지털카메라, 미러리스 가리지 않고 사용합니다.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필름은 저에게 불확실성의 미학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저는 통제감이나 안정감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필름을 사용할 때만큼은 자유로워져요. 스스로 필름에서 50%의 타율이면 100%의 성공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셔터를 누르거든요. 완벽할 수 없고, 확실할 수 없음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사실 제 카메라는 부모님이 쓰시던 거라서 빛이 새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scatter도 잘 보면 과다노출이죠. 그렇지만 충분해요! 이런 조건을 뛰어넘는 사진을 만나면 뿌듯함과 기쁨이 배가 되기도 하고요. 완벽하지 않은 순간도 사랑할 수 있음을, 필름을 통해서 느끼곤 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향, 냄새가 무엇인가요

향을 가리지 않아서 어려운 질문이네요. 향은 저에게 일종의 페르소나라서 때에 따라 선호가 바뀌는 것 같아요. 다만 .. 계절이 느껴지는 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추운 겨울에는 군밤이나 핫초코가 떠오르는 구어 망드가, 봄에는 싱그러운 플로럴이나 아로마 계열이, 여름에는 푸르른 시트러스와 활기찬 페퍼류가, 그리고 요즘 같은 계절에는 미묘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포슬포슬한 꽃이나 무화과 터치가 느껴지는 향을 좋아합니다. 이것저것 다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길게 했네요 하하


향으로 기억되는 또 다른 순간에 대한 이야기

제가 고등학생 때 일인데, 야자 끝나고 집 문을 여니까 현관에서 탄내와 꽃향기가 잔뜩 났어요. 알고 보니 엄마가 냄비를 태워서 온 집에 탄내가 가득했던 거고, 그걸 없애보겠다고 향초를 가득 피우는 바람에 향이 더 미묘해진 거였어요. 꽃이 헤비스모커라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죠. 그리고 다음 날 스쿨버스를 탔는데 어디서 담배 냄새 같은 게 솔솔 나더라고요. 옆자리 선배가 담배를 피는군...이라고 생각했으나 범인은 저였어요. 제 교복에 탄내가 잔뜩 배서 빨아도 안 사라졌던 거죠! 그래서 한 일주일은 친구들에게 담배 냄새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닌 기억이 납니다. 그땐 정말 난감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또 추억이네요.


올여름에 유독 비가 많이 오고 더웠죠. 풀과 비와 눅눅한 향이 가득한 어느 아침이었어요. 회사가 초등학교 앞에 있어서 아이들이 많은데, 어떤 아버지가 본인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이에게 부채질을 해주면서 가시더라고요. 근데 정말 맑게 웃고 계셨어요. 희미한 부채 바람이 절 스쳐가면서 비와 땀과 풀 향기 같은 게 느껴졌는데, 어쩌면 이게 사랑의 향이겠구나- 싶었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다른 사진에 대한 이야기

이 사진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담아냈는데, 아주 춥고 비 오는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을 통해 선물처럼 마주친 사랑에 벅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긴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만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할 때면 서로의 존재를 위로하고 보듬는 편안한 유대감을 느끼곤 합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아쉬움이 가득한 한편, 내가 속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무한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이 담긴 사진입니다.


번아웃이 와서 지쳐있던 올여름 무렵에 구례의 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휴가 겸 구례에 갔다가 우연히 방문하게 된 카페였는데, 여름에서 가을로 향하는 계절의 찰나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힘든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내 마음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은 여전하지만 잠시라도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니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 환경이 여전해도 나는 그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이구나. 사소한 것에서 잠시만이라도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던 시간을 담았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2024년의 계획이 있다면?

직업 덕분에 정신과에 찾아오는 분들을 매일 만나게 되는데, 따스한 견고함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요. 인간을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건 뭘까요? 수많은 외상과 괴로움에도 여전히 웃고 행복해하며 삶을 이어가는 우리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는 삶이 주는 고통을 뚫고 다른 이를 돌보고 사랑할 수까지 있다니! 때로 나란 존재는 이 드넓은 우주에서 작게만 느껴지다가도, 존재론적 한계를 깨는 뜨거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 치솟는 물가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내 집 마련을 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고민들도 자주 하구요. 그럼에도, 2024년의 계획은! 팍팍하고 서늘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도 인간을 더 친절히 보는 시각을 기르고자 해요. 그 친절함이 돌고 돌아 결국 나를 살릴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적인 작은 취미를 아름답게 바라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는 행복과 괴로움이 공존했던 2023년이었는데, 제 사진을 보고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는 어떤 한 해였을지 궁금하네요. 어떤 모습과 모양이었든, 그 순간에 충분히 존재하고 무던히 버텨낸 모두는 멋져요! 다가올 모든 순간에 응원과 사랑을 보내며, 우리가 듬뿍 건강하길 바라봅니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사진과 인터뷰였습니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이번 필름사진 공모전 또한 국예진 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당선작이 실릴 새로운 버전의 그랑핸드 카탈로그와 포스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내년 2024년 제 5회 필름사진 공모전에도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Though you can not seize nor hold the smell, it has a decisive effect on the matter of our memory and emotion and believes on its vitally of influences on our decision among our lives. GRANHAND gives faith towards the value of the fragrance and consistently pursues to make the scent part of our regular living. Although it may be slow nor has perfection, the variety of contents that our brand is offering will build the unique value of the experience that no other brand will possess. GRANHAND will not be a product where it vanishes with ease nor be neglected. It will continuously illuminate with a distinct presence and yield to warm people’s mind.

대표 정준혁   상호 (유)그랑핸드   사업자번호 127-88-01898   14-2, Jahamun-ro 4-gil, Jongno-gu, Seoul, Korea      T. +82-2-333-6525      hello@granhand.com      Terms of Use      Privacy Poli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