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그랑핸드 필름사진 공모전 수상자로 당선되신 이미희 님에 대한 인터뷰입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이미희라 합니다.
2. 그랑핸드를 원래 알고 계셨나요?
작년 이맘때, 미술관 가는 길에 너무 좋은 향이 나서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어요.
그때 그랑핸드를 알게되었습니다. 향수, 오일버너 등 기존 제품들이 내는 향도 너무 좋았고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해 관심 있게 본 브랜드입니다.
최근엔 친구가 사쉐를 추천해 주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공모전을 알게 되었습니다.
3.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
가끔 어떤 노래를 듣거나 사진을 보면 당시의 기분, 냄새, 온도까지 생각날 때가 있는데요.
괜히 낯간지러워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인데,
문득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랑핸드 공모전을 보고 용기가 생겨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4. 출품작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요
당시 컴퓨터 학원을 다녔는데, 3개월째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눈도 무겁고 기분도 꿀꿀했어요.
그날 금요일이었고, 딱히 갈 곳도 없어서 함께 수업 듣는 친구에게 한강에 가자 했습니다.
당산역에서 한강 공원 가는 육교가 있는데, 쭉 뻗은 길과 그 끝에 놓인 한강을 보니
기분이 곧 풀리더라고요. 육교 아래는 퇴근길로 차가 막혀 붉은 불빛들이 가득한데
저랑 친구는 그 길을 막힘없이 신나게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도 늦게 먹어 배도 안고팠는데 라면 냄새에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다니면서 느는 건 식욕밖에 없네 너무 맛있다!!” 를 연발하며 라면과 묵은지 김밥을 정신없이
먹었어요. 후식으로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꼽고 앉아 있는데, 지하철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고개를 드니 다리 위로 지하철이 한 대 지나가고 또 반대편으로 한 대 지나가더라고요.
‘매일 보던 풍경이 여기였구나..’
지하철에서 졸거나, 핸드폰 보다가도 고개를 드는 순간이 합정에서 당산으로 갈 때에요.
캄캄한 어둠에서 벗어나 눈 앞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처음 마주했을 땐 괜히 벅차오르더라고요.
나중엔 이것도 익숙해지니 날이 흐리든 햇빛이 비치든 비가 내리든 그 짧은 순간을 그냥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던 풍경 안에 제가 있다니 괜히 풍경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배가 불러 숨을 크게 들이쉬었더니 흙냄새도 나고 물냄새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았어요. 그 사이 제 머리 위로 지하철 한 대가 더 지나가고
옆 테이블 아저씨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지나가며 울리는 자전거 벨 소리를 들으니 순간
‘지금을 담아야 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반복된 하루 속에서 특별한 것을 찾고 싶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배가 불러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사진을 찍었고,
이 모든 게 3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5.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딱히 좋아하는 장소는 없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은 있어요.
파란 어둠이 깔려 있는 새벽이나 파란 노을이 질 때요. 이유는 단순히 파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세상이 파랗게 보이는 그 순간이 좋아요.
특히 크게 숨을 들이 마시면 느껴지는 차가운 겨울 냄새가 좋아 겨울의 파란 새벽을 더 좋아합니다.
6. 평소 자주 찍는 사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일 가방 안에 작은 카메라를 넣고 다닙니다.
사람, 자연, 사물 등 다양하게 담는 편인데 현상해 보면 동물 사진이 많아요.
우연히 만난 오리, 고양이, 강아지들이요. 귀여워서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요.
7.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10롤 정도 모이면 현상하는데 그러다 보니 봄에 찍었던 걸 가을에 볼 때가 있어요.
지나치고 잊어버렸던 순간도 되돌아볼 수 있어 필름 사진을 좋아해요.
특히 필름 사진은 찰나도 신중하게 담을 수 있어서 그 순간도 더 특별해지는 것 같아
늘 필름 카메라를 갖고 다닙니다.
8. 특별히 좋아하는 향, 냄새가 무엇인가요?
절에서 맡을 것 같은 나무냄새요.
호불호가 강해서 혼자 돌아다닐 때, 집에 혼자 있을 때만 뿌리는데
마음이 차분해져서 좋아하는 냄새입니다.
9. 향으로 기억되는 또 다른 순간에 대한 이야기
차가운 자몽 향을 맡으면 친구와 함께 한 여행의 마지막 밤이 생각나요.
대학교 4학년 겨울 방학에 친구와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7일 동안 여수, 천안, 강원도, 경주 등 계획 없이 기차 가는 대로 다녔고, 마지막 여행지가 부산이었어요.
다음 날 친구 면접이 급하게 잡혀 서울로 일찍 가기 위해 이른 시간에 누웠어요.
2층 침대 6개가 다닥 다닥 붙은 방이었고, 문 앞 침대에 자리를 잡아 밖에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다 들렸어요.
씻고 나온 친구가 2층으로 올라가 내일 면접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제가 갑자기 설레더라고요.
여행 시작하며 느낀 설렘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이 여행이 끝나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그래도 뭐라도 되겠지’ 하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갑자기 두근거렸어요.
일찍 자려고 했지만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멈출 때까지 그렇게 친구랑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방 안은 추웠고, 친구와 함께 사용한 샴푸 향이 코끝에 맴돌았는데
지금도 차가운 자몽 향을 맡으면 그 순간이 기억납니다.
그 사람의 시선과 추억을 통해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자 인연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첫번째 필름사진 공모전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 1회 그랑핸드 필름사진 공모전 수상자로 당선되신 이미희 님에 대한 인터뷰입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이미희라 합니다.
2. 그랑핸드를 원래 알고 계셨나요?
작년 이맘때, 미술관 가는 길에 너무 좋은 향이 나서 발걸음을 멈춘 적이 있어요.
그때 그랑핸드를 알게되었습니다. 향수, 오일버너 등 기존 제품들이 내는 향도 너무 좋았고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해 관심 있게 본 브랜드입니다.
최근엔 친구가 사쉐를 추천해 주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공모전을 알게 되었습니다.
3.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
가끔 어떤 노래를 듣거나 사진을 보면 당시의 기분, 냄새, 온도까지 생각날 때가 있는데요.
괜히 낯간지러워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인데,
문득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랑핸드 공모전을 보고 용기가 생겨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4. 출품작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요
당시 컴퓨터 학원을 다녔는데, 3개월째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눈도 무겁고 기분도 꿀꿀했어요.
그날 금요일이었고, 딱히 갈 곳도 없어서 함께 수업 듣는 친구에게 한강에 가자 했습니다.
당산역에서 한강 공원 가는 육교가 있는데, 쭉 뻗은 길과 그 끝에 놓인 한강을 보니
기분이 곧 풀리더라고요. 육교 아래는 퇴근길로 차가 막혀 붉은 불빛들이 가득한데
저랑 친구는 그 길을 막힘없이 신나게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도 늦게 먹어 배도 안고팠는데 라면 냄새에 자연스럽게 편의점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다니면서 느는 건 식욕밖에 없네 너무 맛있다!!” 를 연발하며 라면과 묵은지 김밥을 정신없이
먹었어요. 후식으로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꼽고 앉아 있는데, 지하철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고개를 드니 다리 위로 지하철이 한 대 지나가고 또 반대편으로 한 대 지나가더라고요.
‘매일 보던 풍경이 여기였구나..’
지하철에서 졸거나, 핸드폰 보다가도 고개를 드는 순간이 합정에서 당산으로 갈 때에요.
캄캄한 어둠에서 벗어나 눈 앞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처음 마주했을 땐 괜히 벅차오르더라고요.
나중엔 이것도 익숙해지니 날이 흐리든 햇빛이 비치든 비가 내리든 그 짧은 순간을 그냥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던 풍경 안에 제가 있다니 괜히 풍경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배가 불러 숨을 크게 들이쉬었더니 흙냄새도 나고 물냄새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 같았어요. 그 사이 제 머리 위로 지하철 한 대가 더 지나가고
옆 테이블 아저씨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지나가며 울리는 자전거 벨 소리를 들으니 순간
‘지금을 담아야 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반복된 하루 속에서 특별한 것을 찾고 싶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배가 불러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사진을 찍었고,
이 모든 게 3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5.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딱히 좋아하는 장소는 없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은 있어요.
파란 어둠이 깔려 있는 새벽이나 파란 노을이 질 때요. 이유는 단순히 파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세상이 파랗게 보이는 그 순간이 좋아요.
특히 크게 숨을 들이 마시면 느껴지는 차가운 겨울 냄새가 좋아 겨울의 파란 새벽을 더 좋아합니다.
6. 평소 자주 찍는 사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일 가방 안에 작은 카메라를 넣고 다닙니다.
사람, 자연, 사물 등 다양하게 담는 편인데 현상해 보면 동물 사진이 많아요.
우연히 만난 오리, 고양이, 강아지들이요. 귀여워서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요.
7.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10롤 정도 모이면 현상하는데 그러다 보니 봄에 찍었던 걸 가을에 볼 때가 있어요.
지나치고 잊어버렸던 순간도 되돌아볼 수 있어 필름 사진을 좋아해요.
특히 필름 사진은 찰나도 신중하게 담을 수 있어서 그 순간도 더 특별해지는 것 같아
늘 필름 카메라를 갖고 다닙니다.
8. 특별히 좋아하는 향, 냄새가 무엇인가요?
절에서 맡을 것 같은 나무냄새요.
호불호가 강해서 혼자 돌아다닐 때, 집에 혼자 있을 때만 뿌리는데
마음이 차분해져서 좋아하는 냄새입니다.
9. 향으로 기억되는 또 다른 순간에 대한 이야기
차가운 자몽 향을 맡으면 친구와 함께 한 여행의 마지막 밤이 생각나요.
대학교 4학년 겨울 방학에 친구와 내일로 기차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7일 동안 여수, 천안, 강원도, 경주 등 계획 없이 기차 가는 대로 다녔고, 마지막 여행지가 부산이었어요.
다음 날 친구 면접이 급하게 잡혀 서울로 일찍 가기 위해 이른 시간에 누웠어요.
2층 침대 6개가 다닥 다닥 붙은 방이었고, 문 앞 침대에 자리를 잡아 밖에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다 들렸어요.
씻고 나온 친구가 2층으로 올라가 내일 면접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제가 갑자기 설레더라고요.
여행 시작하며 느낀 설렘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이 여행이 끝나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그래도 뭐라도 되겠지’ 하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갑자기 두근거렸어요.
일찍 자려고 했지만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멈출 때까지 그렇게 친구랑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방 안은 추웠고, 친구와 함께 사용한 샴푸 향이 코끝에 맴돌았는데
지금도 차가운 자몽 향을 맡으면 그 순간이 기억납니다.
그 사람의 시선과 추억을 통해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자 인연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첫번째 필름사진 공모전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