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김지수라고 합니다. 현재는 제 교수님이셨던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랑핸드를 원래 알고 계셨나요?
작년에 친언니가 그랑핸드에서 시향지를 우편으로 받았었는데 향이 좋다고 얘기 하더라구요. 그렇게 그랑핸드를 처음 알게 되었고, 저 또한 올해 지인에게 내추럴 드롭퍼를 선물한 경험이 있어요.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
사진을 찍을 때 마다 고민하는 것이 있어요. '내가 찍은 이 사진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나처럼 이렇게 생각하겠지'라는 막연한 짐작보다는 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한 편으로 생각의 우물이 깊어지는 그런 적절한 느낌으로만 다가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이 공모전에 더욱 지원하고 싶었어요. 늘 고민하던 것이 현실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출품작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요.
사실 사진을 찍었던 당시의 분위기와 향만 기억에 남았을 뿐, 정확히 어떤 비행기를 탔는지 조차 흐릿합니다. 장시간 비행에 지쳐있던 상태여서 모니터로 무언가를 보는 것 조차 피곤했어요. 그저 창 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승무원께서 음료를 차례로 나눠주고 계시더라구요. 여러 음료가 담긴 카트를 보며 무엇을 마실까 고민했는데 옆자리의 사람은 커피를, 저는 오렌지 주스를 택했습니다. 목이 말랐는지 연거푸 마셨고 컵을 내려놓는데 그 순간 햇빛이 기내 안을 비추었어요. 차가운 공기, 입 안에서 느껴지는 기분좋은 시트러스 향과 은은한 커피 향. 햇살이 들어옴과 동시에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저절로 상기되는 걸 보면 그 때의 향과 장면이 참 잘 어울렸나 봅니다.
<필름사진 공모전 당선작>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장소라고 말씀 드리기도 민망한 곳이에요. 주택단지가 들어설 부지 안, 아무것도 없는 땅에 나무들만 몇 그루 덩그러니 있는 곳으로 그 나무들 조차 겨우 버티며 서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위화감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공사현장 근처라 쓰레기도 굴러 다녔구요. 늘 가던 카페를 가려면 매번 그 장소를 지나쳐야 했는데, 왠지 모르게 그 풍경이 저의 안위를 챙겨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와 적응하느라 조금은 힘들었던 시점에 위로를 받았어요. 정말 이상해요!
평소 자주 찍는 사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소 매고 다니는 백팩에는 늘 필름 카메라가 들어있어요. 눈 앞에 찍고 싶은 순간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카메라를 꺼낼 수 있도록이요. 저에게 있어서 그 '괜찮은 순간'은 대부분 멋진 풍경 보다는 풍경 안에 들어간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 속 사람의 유무에 따라 주는 느낌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하나 더 만들어주고, 보는 이와 같은 대상이 입혀짐으로써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짧다면 찰나에서 길게는 하루종일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하거든요. 대학교 전공이 사진이었는데 입시 포트폴리오도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었습니다. 보내드린 사진은 제가 어학연수중 촬영한 사진인데 지금 보니 이 사진들도 모두 사람이 들어있네요.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평소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무언가 해야할 일이 생기면 핸드폰 캘린더 보다는 수첩에 손으로 직접 적는 편이에요. 필름 또한 이런 기록적인 면에 있어서 기억에도 오래 남고, 어딘가 더 서정적이게 느껴지듯이 이렇게 디지털로 구현할 수 없는 단순한 이유들 때문에 좋아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향, 냄새가 무엇인가요
향에 대한 지식이 깊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향은 딱 정해져 있어요. 꽃, 과일, 그리고 얕은 머스크 향.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느껴지는 향을 좋아합니다.
향으로 기억되는 또 다른 순간에 대한 이야기
두 가지가 있는데요, 둘 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기억이에요. 하나는 어쩌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이었어요.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가고 있자니 갑자기 외롭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곧장 엄마방으로 들어가서 엄마의 베개에 얼굴을 묻고 그 포근한 냄새를 맡으며 그대로 잠 들었어요. 지금도 엄마의 향은 저에게 늘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와 함께 하교를 하던 길이었어요. 너무 추워서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던 날, 친구와 함께 눈을 밟으며 시린 코 끝을 만지며 집에 갔었어요. 집에 도착한 뒤, 아직 차갑고 산뜻한 겨울 바람을 머금고 있던 목도리의 냄새를 들숨에 들이 마신뒤 가지런히 잘 개어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사진에 대한 이야기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방학 동안 영국에 다녀왔었어요. 사진은 강의실에서 찍은 사진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복도에 들어서면 늘 쿰쿰하고 약간의 흙 냄새가 났었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작업실에서도 가끔 비슷한 냄새가 나서 그 때가 생각이 납니다.
여기는 아마도 에든버러에요. 일행들과 이동 중 갑자기 폭우가 내렸는데 비를 피할 시간이 없어 그냥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갔었어요. 다리를 건더는데 마침 비가 그치고 눅눅한 풀내음이 올라오더라구요. 그 때 찍은 사진입니다.
당선작을 선정하고 보니 마침 또 사진을 공부하셨다는 지수 님의 인터뷰였습니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이번 필름사진 공모전 또한 지수 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당선작이 실릴 새로운 버전의 그랑핸드 카탈로그와 포스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내년 2023년 제 4회 필름사진 공모전에도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김지수라고 합니다. 현재는 제 교수님이셨던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랑핸드를 원래 알고 계셨나요?
작년에 친언니가 그랑핸드에서 시향지를 우편으로 받았었는데 향이 좋다고 얘기 하더라구요. 그렇게 그랑핸드를 처음 알게 되었고, 저 또한 올해 지인에게 내추럴 드롭퍼를 선물한 경험이 있어요.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
사진을 찍을 때 마다 고민하는 것이 있어요. '내가 찍은 이 사진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나처럼 이렇게 생각하겠지'라는 막연한 짐작보다는 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한 편으로 생각의 우물이 깊어지는 그런 적절한 느낌으로만 다가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이 공모전에 더욱 지원하고 싶었어요. 늘 고민하던 것이 현실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출품작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요.
사실 사진을 찍었던 당시의 분위기와 향만 기억에 남았을 뿐, 정확히 어떤 비행기를 탔는지 조차 흐릿합니다. 장시간 비행에 지쳐있던 상태여서 모니터로 무언가를 보는 것 조차 피곤했어요. 그저 창 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승무원께서 음료를 차례로 나눠주고 계시더라구요. 여러 음료가 담긴 카트를 보며 무엇을 마실까 고민했는데 옆자리의 사람은 커피를, 저는 오렌지 주스를 택했습니다. 목이 말랐는지 연거푸 마셨고 컵을 내려놓는데 그 순간 햇빛이 기내 안을 비추었어요. 차가운 공기, 입 안에서 느껴지는 기분좋은 시트러스 향과 은은한 커피 향. 햇살이 들어옴과 동시에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저절로 상기되는 걸 보면 그 때의 향과 장면이 참 잘 어울렸나 봅니다.
<필름사진 공모전 당선작>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장소라고 말씀 드리기도 민망한 곳이에요. 주택단지가 들어설 부지 안, 아무것도 없는 땅에 나무들만 몇 그루 덩그러니 있는 곳으로 그 나무들 조차 겨우 버티며 서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위화감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공사현장 근처라 쓰레기도 굴러 다녔구요. 늘 가던 카페를 가려면 매번 그 장소를 지나쳐야 했는데, 왠지 모르게 그 풍경이 저의 안위를 챙겨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와 적응하느라 조금은 힘들었던 시점에 위로를 받았어요. 정말 이상해요!
평소 자주 찍는 사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소 매고 다니는 백팩에는 늘 필름 카메라가 들어있어요. 눈 앞에 찍고 싶은 순간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카메라를 꺼낼 수 있도록이요. 저에게 있어서 그 '괜찮은 순간'은 대부분 멋진 풍경 보다는 풍경 안에 들어간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 속 사람의 유무에 따라 주는 느낌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하나 더 만들어주고, 보는 이와 같은 대상이 입혀짐으로써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짧다면 찰나에서 길게는 하루종일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하거든요. 대학교 전공이 사진이었는데 입시 포트폴리오도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었습니다. 보내드린 사진은 제가 어학연수중 촬영한 사진인데 지금 보니 이 사진들도 모두 사람이 들어있네요.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평소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무언가 해야할 일이 생기면 핸드폰 캘린더 보다는 수첩에 손으로 직접 적는 편이에요. 필름 또한 이런 기록적인 면에 있어서 기억에도 오래 남고, 어딘가 더 서정적이게 느껴지듯이 이렇게 디지털로 구현할 수 없는 단순한 이유들 때문에 좋아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향, 냄새가 무엇인가요
향에 대한 지식이 깊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향은 딱 정해져 있어요. 꽃, 과일, 그리고 얕은 머스크 향.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느껴지는 향을 좋아합니다.
향으로 기억되는 또 다른 순간에 대한 이야기
두 가지가 있는데요, 둘 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는 기억이에요. 하나는 어쩌다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이었어요.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가고 있자니 갑자기 외롭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곧장 엄마방으로 들어가서 엄마의 베개에 얼굴을 묻고 그 포근한 냄새를 맡으며 그대로 잠 들었어요. 지금도 엄마의 향은 저에게 늘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와 함께 하교를 하던 길이었어요. 너무 추워서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던 날, 친구와 함께 눈을 밟으며 시린 코 끝을 만지며 집에 갔었어요. 집에 도착한 뒤, 아직 차갑고 산뜻한 겨울 바람을 머금고 있던 목도리의 냄새를 들숨에 들이 마신뒤 가지런히 잘 개어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사진에 대한 이야기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방학 동안 영국에 다녀왔었어요. 사진은 강의실에서 찍은 사진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복도에 들어서면 늘 쿰쿰하고 약간의 흙 냄새가 났었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작업실에서도 가끔 비슷한 냄새가 나서 그 때가 생각이 납니다.
여기는 아마도 에든버러에요. 일행들과 이동 중 갑자기 폭우가 내렸는데 비를 피할 시간이 없어 그냥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어갔었어요. 다리를 건더는데 마침 비가 그치고 눅눅한 풀내음이 올라오더라구요. 그 때 찍은 사진입니다.
당선작을 선정하고 보니 마침 또 사진을 공부하셨다는 지수 님의 인터뷰였습니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이번 필름사진 공모전 또한 지수 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당선작이 실릴 새로운 버전의 그랑핸드 카탈로그와 포스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내년 2023년 제 4회 필름사진 공모전에도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