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제 2회 필름사진 공모전 수상자 인터뷰

6 Dec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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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IT 쪽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승미라고 합니다. 일에서는 기술, 혁신, 편리함 같은 단어를 쓸 일이 많은 디자이너이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좀 더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나 재미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취미처럼 꾸준히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랑핸드를 원래 알고 계셨나요?
네, 제품을 구매한 적은 아직 없지만 매장들은 다 가본 것 같아요. 시향이나 매장 구경을 하러 가기도 하고, 친한 친구가 그랑핸드 제품을 많이 사서 따라가기도 하고요.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꽤 있는데, SNS에 올리고 있진 않아요. SNS에 필름 사진들을 올리지 않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작년 연말에 제가 찍은 사진들로 한 장씩 뜯을 수 있는 포스터집을 디자인해서 몇 부 인쇄를 맡겨봤거든요. 주로 대학 다닐 때 미러리스로 찍은 일상, 여행 사진이었고, 거기에 비교적 최근에 찍은 필름 사진이 곁들여진 정도였어요. 화면으로 볼 때는 다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었는데, 막상 인쇄본을 받아보니 미러리스 사진들은 어두운 부분이 다 묻혀버리거나 화면으로 볼 때보다 사진이 어둡고 뭉개진 느낌인데, 오히려 필름 사진들이 종이 위에서 화면보다 더 멋지게 나오더라고요. 햇살 사진 같은 것도 정말 반짝거리는 것 같을 정도로요. 그 이후로는 필름 사진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휴대폰의 작은 화면이 아니라, 종이나 큰 화면에서 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필름 사진이 어느 정도 모이면 개인적으로 따로 인쇄를 하거나, 좀 더 사진을 크게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따로 만들 계획이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그랑핸드 매장에 들릴 일이 있었는데, 포스터를 한 장씩 가져갈 수 있는 건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 포스터를 보면서 그랑핸드 인스타에서 본 필름 공모전 공고가 기억이 났고, 선정되면 제 사진을 제가 원했던 대로 크게 지면 위에서 사람들에게 보일 기회가 생긴다는 게 좋더라고요. 포스터를 받아온 그날 바로 사진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3장의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출품작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요.
주제를 처음 봤을 때, 계절의 향이 담긴 사진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필름 사진의 매력 중의 하나가 사진의 계절감이 짙게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 계절의 공기나 미묘한 빛의 차이 같은 게 필름 사진에서 더 잘 담기는 것 같아요. 겨울 사진은 좀 공기가 추워 보이고, 여름 사진은 좀 활기차 보이는 것처럼요. 제가 찍은 사진들 중에서 그 계절의 향이 잘 담긴 사진이라고 생각되는 3장을 보냈습니다.

<필름사진 공모전 당선작>


최종으로 선정된 사진은 작년 겨울, 서울에 눈이 엄청 많이 왔던 날 사진이에요. 작업실 나가는 길에 눈 오는 날 사진을 필름으로 찍어본 적은 없어서 잘 나올지, 카메라를 가져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챙겨나갔는데 눈이 너무 예쁘게 오더라고요. 그리고 이 사진이 제가 딱 집 문을 열고 나와서 마주한 순간을 찍은 사진이에요. 저 기둥도 그냥 주차장 기둥이고, 맨홀도 보이고, 뒤의 초록빛은 사실 주차장 페인트 색이에요. 그래서 저 사진이 저렇게 아름답게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현상 파일을 받고 보자마자 소리 내서 혼자 ‘와’ 했어요.



두 번째 사진은 봄인데도 해가 너무 뜨거웠던 날이에요. 그냥 평범한 풀숲 사진 같은데 기억을 하는 이유가, 너무 해가 뜨거워서 그 풀숲을 오븐에 익힌 것 같은 향이 날 정도였거든요. 친구들이랑 여행 도중에 날씨가 좋길래 사진 찍으려고 내린 건데, 결국 저희 사진은 다 인상을 찌푸려서 별로였어요. 그늘에만 겨우 본래의 초록색이 보일 정도로 햇살이 뜨거웠던 그날의 날씨랑 여행의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입니다.


초여름에 아직 많이 덥지는 않지만 햇살은 여름 같은, 옷은 얇아졌는데 그늘은 서늘한, 딱 그런 날씨가 담긴 사진이라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아마 주말에 약속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이라 더 그런 거 같기도 해요. 제일 설레는 시간이잖아요. 막 주말 시작하고 놀러 나갈 때. 그 기분이 담겨있어서 더 그 순간의 감각이 더 잘 떠오르는 사진인 것 같아요.


특별히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면
한강 근처에 살아서 아침이나 밤에 산책을 많이 가요. 매일매일의 날씨나 계절이 듬뿍 느껴지는 것도 좋고, 혼자 음악 흥얼거리면서 걷고 나면 생각도 많이 정리돼서 좋아합니다.


평소 자주 찍는 사진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쓰는 카메라의 렌즈가 좁은 실내나 가까운 인물 사진을 찍기에는 좀 불편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외에서 지나다니다 보이는 모습들, 길거리나 도시의 풍경을 많이 찍게 되네요.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도 멀찍이 떨어져서 자연스러운 나오는 모습을 주로 찍어요.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을 찍는 재미로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필름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저는 아직 초점이나 밝기를 잘 못 맞춰서 필름 한 롤을 현상하면 반 정도는 그저 그래요. 필름 가격도 만만치 않고, 카메라도 꽤 무거워서 들고 다니면 어깨도 엄청 아파요. 이렇게 단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찍게 되는 이유는, 현상하는 36장 정도의 사진 중에 딱 한 두 장 정도, 말로 표현할 수없이 마음에 들게 나오는 사진들이 있어서에요. 정말 그 순간을 멈춰서 담아낸 것 같은 사진이요. 그 한 두 장을 보려고 계속 찍게 되네요. 지금은 한 두 장이지만 언젠가는 한 롤 가득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가득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향, 냄새가 무엇인가요
숲이나 비 냄새 같은 향을 좋아해서, 쓰는 향수들도 다 그런 계열이예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호불호가 심해서 달콤한 향, 과일향 같은 건 엄청 싫어해요. 이런 걸 보면 제가 찍는 사진과도 취향이 맞닿아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향으로 기억되는 또 다른 순간에 대한 이야기
올해 중순에 친구들이랑 바닷가로 여행을 갔었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일정 내내 비가 왔어요. 처음엔 아쉬웠는데, 밤에 숙소 테라스에 앉아있으면 바다 향이랑 비 냄새가 섞여서 나는 게 생각보다 정말 좋았어요. 바닷 소린지 빗소린지 모를 그 소리도 좋고, 나중에는 별 일정 없이 숙소에서 다 같이 그냥 바다 보면서 앉아있을 정도였어요. 항상 햇빛 좋은 여름의 바다만 여행지로 생각했었는데, 이런 것도 나쁘지 않구나 싶었어요.



2021년은 승미님에게 어떤 한 해였나요? 다가올 2022년 계획이 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한 해였어요. 일 때문에 해외로 나갈 계획이었는데 코로나로 혼자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시차 때문에 낮에 쉬고 밤에 일해야 되는 기간도 길었고요.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덕분에 봄, 여름, 가을의 낮 햇살을 만끽하러 혼자 전시나 카페를 가거나, 필름 카메라를 들고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학교 다니고 회사 다니면 낮에 여유를 가져볼 일이 없는데,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혼자의 시간을 좀 더 즐길 줄도 알게 된 것 같아요. 2022년에는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되어서 준비 중이예요. 서울의 익숙한 풍경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요. 회사에서의 디자인 작업 말고 개인적인 작업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 밖에 공유해 보려고 준비 중이예요. 부지런하게 즐거운 일들로 채워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내가 찍은 필름 사진들이 남들의 눈에도 좋은 사진일까?라는 의문이 항상 있었어요. 찍는 사람은 그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전후의 상황, 그때의 날씨나 공기를 기억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 사진 한 장만 보게 되잖아요. 나에게 그 순간이 소중해서 그 사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지, 객관적으로 보면 어떨지 몰라,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이번 공모전 덕분에 내 사진 속 순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받는구나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승미님만의 독특한 시선과 마음이 읽히는 사진들, 그리고 깊은 생각이 담긴 글까지. 그랑핸드의 눈이 정확했다는 생각에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승미님을 포함한 모든 지원자분들께 다시 한 번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당선작이 실릴 새로운 버전의 카탈로그와 포스터, 그리고 우수작들을 모아서 만들 시즌 그리팅까지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내년 필름사진 공모전에도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Though you can not seize nor hold the smell, it has a decisive effect on the matter of our memory and emotion and believes on its vitally of influences on our decision among our lives. GRANHAND gives faith towards the value of the fragrance and consistently pursues to make the scent part of our regular living. Although it may be slow nor has perfection, the variety of contents that our brand is offering will build the unique value of the experience that no other brand will possess. GRANHAND will not be a product where it vanishes with ease nor be neglected. It will continuously illuminate with a distinct presence and yield to warm people’s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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