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는 그랑핸드가 조향 의뢰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작년, 한 F&B 브랜드로부터 의뢰를 받아 조향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식욕을 돋구는 냄새가 섞인 공간에서 우리가 조향한 향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분사 형태가 아닌 방법으로 고객에게 간편하게 착향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었습니다.
아쉽게도 의뢰받은 프로젝트는 사정상 중단 되었지만, 여기서 생겨난 아이디어는 저희의 새로운 제품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피부에 바르는 향수는 밤 타입, 스틱 타입 등이 있지만 멀티퍼퓸의 액체 제형만큼
향을 온전히 느끼게 할 순 없을 것 같았고, 콕 찍어도 충분한 무언가를 원했습니다.
그러다 물파스가 생각나 비슷한 타입의 어플리케이션을 찾아보았고,
스펀지 팁이 달린 마커펜에 잉크 대신 향수를 넣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펀지를 통해 용액이 흡수되어 피부에 도포하는 방식의 펜 타입의 코스메틱 용기는 많았으나
저희는 우연히 발견한 마커펜이라는 형태와 향수의 조합에서 오는 요상함(?)과 키치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첫 테스트
당장 샘플을 제작해 사용한 결과, 분사형태의 스프레이 타입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발향이었습니다.
분사를 할 경우 피부에 안착하는 입자 외에 허공에 분사되는 입자도 많은 반면,
피부에 도포를 하니 용액의 손실없이 어떤 향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적 손에 낙서하듯 장난치는 기분도 재밌었구요.
모든 게 좋았지만 처음 당면한 문제는 저희가 고른 마커 공병에 부분 도색을 하려고 했더니
파츠가 복잡하게 생겨서 대부분의 도색업체가 거절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직접하지 뭐! 라는 생각으로 직접 스프레이를 뿌려보았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애..
물어 물어 겨우 가능한 곳을 찾았고, 팀원 중 한 명은 한여름에 바이크를 타고 파주까지 다녀왔었습니다.
그렇게 매우 만족스러운 마커가 탄생!
모든게 순조롭다고 생각했는데, 순조로우면 그랑핸드가 아닌걸까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테스트
용액을 병입하고 사용할 때도 이상이 없었는데 하루 뒤 회의시간에 다시 열어보니
도색 페인트가 스펀지에서 증발한 향수용액의 알콜성분에 녹아 질척해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향료와 닿는 부분이 아님에도 닫힌 뚜껑 안에 스펀지 팁과 같이 밀폐되어 있어서
공기중에 있는 알콜에 의해 지속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미 도색한 제품만 1,500개. 해당 파츠만 별도 구매도 불가능하여 전량 폐기 후 다시 공병을 구입했습니다.
첫 샘플을 좀 더 꼼꼼히 테스트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기에 우리의 부주의함에 머리를 쥐어뜯고, 울고(?) 자책하며
디테일한 QC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슬로건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을 고친다! 우측 컬러버전의 마커는 VMD 용. 막상 사용해보면 여린 노랑색이다.
사실 도색을 진행한 이유는 마커 내부에 있는 검정 스펀지가 비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검정 스펀지를 가리기 위해 겉을 도색한 것인데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아예 스펀지 부품을 직접 제작해 마커를 전부 분해/교체하기로 합니다?
마커의 변천사
이렇게 된 김에 이미 픽스된 라벨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서 고쳐보기로 합니다.
기존의 모조지에서 아예 저희가 고른 지류로 라벨지를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도톰하고, 더 텍스처가 느껴지는 것으로요.
봄에 시작했는데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
마커의 가장 큰 특징은 분사 타입과 달리 조용히, 어디서든 향을 취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부피도 작고 간편해 수시로 도포하여 저녁시간 까지도 향의 지속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기 위해 지하철, 차 안, 사무실 등 외부나 타인과 함께하는 곳에서 제품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촬영하다 실수로 한강에 빠뜨려 허망함이 담긴 사진. 가까스로 구출했습니다.
어찌보면 마커는 일반적인 향 제품도, 코스메틱 제품도, 그렇다고 스테이셔너리도 아닌 조금은 특이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향을 정말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에 저희가 추구하는 ‘향의 일상화’와 가장 밀접한 제품이 아닐까 싶어요.
그랑핸드 마커를 통해 향이 어렵고 멀리있는 것이 아닌 언제나 내가 원할 때, 나만의 다양한 취향과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커는 그랑핸드가 조향 의뢰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작년, 한 F&B 브랜드로부터 의뢰를 받아 조향을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식욕을 돋구는 냄새가 섞인 공간에서 우리가 조향한 향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위해 분사 형태가 아닌 방법으로 고객에게 간편하게 착향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었습니다.
아쉽게도 의뢰받은 프로젝트는 사정상 중단 되었지만, 여기서 생겨난 아이디어는 저희의 새로운 제품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피부에 바르는 향수는 밤 타입, 스틱 타입 등이 있지만 멀티퍼퓸의 액체 제형만큼
향을 온전히 느끼게 할 순 없을 것 같았고, 콕 찍어도 충분한 무언가를 원했습니다.
그러다 물파스가 생각나 비슷한 타입의 어플리케이션을 찾아보았고,
스펀지 팁이 달린 마커펜에 잉크 대신 향수를 넣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펀지를 통해 용액이 흡수되어 피부에 도포하는 방식의 펜 타입의 코스메틱 용기는 많았으나
저희는 우연히 발견한 마커펜이라는 형태와 향수의 조합에서 오는 요상함(?)과 키치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첫 테스트
당장 샘플을 제작해 사용한 결과, 분사형태의 스프레이 타입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발향이었습니다.
분사를 할 경우 피부에 안착하는 입자 외에 허공에 분사되는 입자도 많은 반면,
피부에 도포를 하니 용액의 손실없이 어떤 향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적 손에 낙서하듯 장난치는 기분도 재밌었구요.
모든 게 좋았지만 처음 당면한 문제는 저희가 고른 마커 공병에 부분 도색을 하려고 했더니
파츠가 복잡하게 생겨서 대부분의 도색업체가 거절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직접하지 뭐! 라는 생각으로 직접 스프레이를 뿌려보았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애..
물어 물어 겨우 가능한 곳을 찾았고, 팀원 중 한 명은 한여름에 바이크를 타고 파주까지 다녀왔었습니다.
그렇게 매우 만족스러운 마커가 탄생!
모든게 순조롭다고 생각했는데, 순조로우면 그랑핸드가 아닌걸까요.
충격과 공포,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테스트
용액을 병입하고 사용할 때도 이상이 없었는데 하루 뒤 회의시간에 다시 열어보니
도색 페인트가 스펀지에서 증발한 향수용액의 알콜성분에 녹아 질척해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향료와 닿는 부분이 아님에도 닫힌 뚜껑 안에 스펀지 팁과 같이 밀폐되어 있어서
공기중에 있는 알콜에 의해 지속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미 도색한 제품만 1,500개. 해당 파츠만 별도 구매도 불가능하여 전량 폐기 후 다시 공병을 구입했습니다.
첫 샘플을 좀 더 꼼꼼히 테스트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기에 우리의 부주의함에 머리를 쥐어뜯고, 울고(?) 자책하며
디테일한 QC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슬로건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을 고친다! 우측 컬러버전의 마커는 VMD 용. 막상 사용해보면 여린 노랑색이다.
사실 도색을 진행한 이유는 마커 내부에 있는 검정 스펀지가 비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검정 스펀지를 가리기 위해 겉을 도색한 것인데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아예 스펀지 부품을 직접 제작해 마커를 전부 분해/교체하기로 합니다?
마커의 변천사
이렇게 된 김에 이미 픽스된 라벨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서 고쳐보기로 합니다.
기존의 모조지에서 아예 저희가 고른 지류로 라벨지를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도톰하고, 더 텍스처가 느껴지는 것으로요.
봄에 시작했는데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
마커의 가장 큰 특징은 분사 타입과 달리 조용히, 어디서든 향을 취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부피도 작고 간편해 수시로 도포하여 저녁시간 까지도 향의 지속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기 위해 지하철, 차 안, 사무실 등 외부나 타인과 함께하는 곳에서 제품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촬영하다 실수로 한강에 빠뜨려 허망함이 담긴 사진. 가까스로 구출했습니다.
어찌보면 마커는 일반적인 향 제품도, 코스메틱 제품도, 그렇다고 스테이셔너리도 아닌 조금은 특이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향을 정말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에 저희가 추구하는 ‘향의 일상화’와 가장 밀접한 제품이 아닐까 싶어요.
그랑핸드 마커를 통해 향이 어렵고 멀리있는 것이 아닌 언제나 내가 원할 때, 나만의 다양한 취향과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되기를 바랍니다.